-
네가 나를 늪이라 부를 때
흘러가는 구름을, 강물을, 바람을, 동경하였다
그것들을 담아두려고 아니, 가두려고
스스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흘러가야 할 것들은 흘러가고 머무는 법이 없었다
갇힌 건 아니, 가둔 것은 썩고 문드러져
마침내 제 처음을 잊어버린 늪뿐이었다
나의 늪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인 것 같아도
한순간도 같지 않았다
새싹이 제 힘껏 싹을 틔우는 때에도
그 새싹이 무성한 여름을 만들어도
마침내 텅 빈 시간을 마주하고 있어도
모든 것은 그대로 인 듯 변하였다
모든 것이 변한 듯 그대로였다
천 년 전이나
천 년 후에나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아니, 매 순간마다 자유로웠다
☞ 주남저수지는 먼 옛날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배후습지였다. 1920년대부터 주변에 농경지가 들어섰고 이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또한 홍수를 조절할 목적으로 높이 5m, 길이 9㎞에 이르는 인공제방을 쌓았는데 산남늪, 용산늪(주남저수지), 가월늪(동판저수지)으로 불리다가 1970년대 후반부터 철새도래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 세 늪을 합쳐 모두 주남저수지로 통칭하여 부르고 있다. 특히 2008년 람사르총회가 창원에서 열리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동판저수지는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가 많아 사시사철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요하지만 살아 숨 쉬는 무수한 생명들이 있고, 갇혀 있는 것 같아도 흘러들었다가 제 갈 길을 찾아 다시 흐르는 곳이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곳이다. 막을 수도 가둘 수도 없는 곳이다. 잠시 머물렀다 어딘가로 가야 하는 곳이다. 늪이란 그런 곳이다.
시·글= 이기영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