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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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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중대재해법, 본래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21-02-03 20: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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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재해 발생 시 법인과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되었고, 이어서 양형 위원회에서는 안전보건조치 의무와 관련하여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중대재해법의 주요 내용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해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원 이하, 징역과 벌금 병과 가능, 그리고 법인이나 기관에 50억원 이하의 벌금형’, 여러 명이 크게 다친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 보칙에 ‘경영책임자나 법인은 중대재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등이다. 그리고 적용대상에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한다고 되어 있으니 5인 미만을 제외한 전 사업장이 대상인 셈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양형 기준(고의 반복일 경우에만 징역 6개월 또는 1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 선고)에 비추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이 예방과 보상의 근본정신을 망각하고 누군가에 카타르시스를 선물할 양 처벌에만 몰두한다면 이 법에서 살아남을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사전적 정의에 ‘기업은 소유와 노동의 분리에 의하여 기업가의 가계와는 별도로 독립된 자본단위를 구성하며, 생존에 필요한 만족 이윤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행동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즉 기업은 고용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 보급하는 경제 단위체로서 가계와 정부와 구별된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법률은 개인과 기업에 대한 양벌이 기본이다. 중대재해의 정의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재해와 설계, 제조, 설치, 관리 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한 재해로서 사망사고나 여러 명이 다친 모든 재해가 이에 해당된다. 명확한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 이행 지침이 수립되지 않고는 피해 갈 수 없는 죄목이다.

    중대 재해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며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 또한 필요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부과되는 과다한 처벌로 인해 기업과 기업주가 동시에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산업(노동)안전에 관련된 법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기업과 사업주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다해야 하며, 기업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뿐 아니라 근로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에도 생계 차원의 보상을 배려해야 한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우선 산재보험으로 보호를 받게 되는 데, 이와는 별도로 많은 기업이 단체보험에 가입하여 회사 차원의 별도 보상금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산재 사고를 은폐하던 관습은 이미 옛날 일이 되었고, 지금은 직원의 복지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근로자가 기업에 바라는 것은 충분한 안전 조치와 불의의 사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다.

    전체 산업 재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 발생률이 80%라고 한다. 안전 관리 및 보상 측면 모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들이다. 처벌에 앞서 모든 중소기업이 단체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도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안전 설비 및 인간 공학에 대한 지식을 갖춘 안전 관련 공단의 전문 인력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어 기업을 점검해줘야 한다. 업종별 객관적, 실용적인 안전 점검 매뉴얼을 마련하여 이에 따라 모든 기업이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재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기업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근본적인 예방법과 근로자와 사업장에 도움이 되는 보상 방안이 해법이다.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여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지켜주고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처벌이 아니라 보상과 예방이 중대재해 방지법의 중심축이 되어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원래의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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