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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적자 인생-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2-16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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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상 권 정치부 서울본부장

    100세 시대 반대급부는 냉혹하다. 연명을 위한 쉼 없는 노동력을 요구한다. 자본의 논리는 빈틈이 없다. 부를 축적하지 못한 노년은 비참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다. 우리나라 국민은 28세부터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아지는 ‘흑자 인생’에 진입한다. 45세에 노동소득 정점을 찍고 59세부터는 소비가 노동소득보다 많은 ‘적자 인생’을 맞는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적자 규모는 커진다. 불안정하고 암울한 노후의 예고다.

    ▼불과 60년 전인 1960년 우리나라 국민 평균수명은 남성 51세, 여성 54세였다. 40~50대를 중년이라 부른 것도 그리 오래지 않다. 중년은 조직의 정점에 있거나 은퇴를 목전에 둔 시점이다. 주관적 평가와 생물학적 나이의 괴리에서 자괴와 무력감이 확연한 시기다. 통계 수치가 일깨우듯 시나브로 적자 인생으로 근접하고 있다. 미국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데이비드 소로는 “대부분 사람은 조용한 절망감 속에서 살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저명한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나이 듦을 단지 젊음 상실이 아닌 새로운 가치의 입문(initiation) 과정이란 시각으로 봤다. 그는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라며 연륜에 무게를 실었다. 경험의 응축으로 성격의 체계가 충분히 발달할 때 비로소 성취하는 게 자기(self)이며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실현이라고 했다.

    ▼인생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융이 말한 건강한 사람은 개성화(individuation)에 대한 성공이다. 즉, 본래의 자신을 인식한다는 의미다. 세월이 갈수록 인생 전반기에 소홀했던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세계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배금주의 꽁무니만 쫓다보면 정작 인간의 삶과 존재 이유는 망각하게 된다. 삶의 가치마저 적자, 흑자로 저울질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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