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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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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藏門)- 최석균

  • 기사입력 : 2020-08-27 0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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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허리에 씌운 올가미에

    곰과 범을 잃은 땅이여


    섬 주변에 던진 그물엔

    고래가 걸려들지 모르리라


    쥐와 피라미들이야

    포위망이 보일 리 없으니


    내 가슴에 날아든 그대 오랏줄은

    얼마나 질기고 긴가


    장문에 걸린 산하처럼

    어디까지 몸부림을 쳐야 할지


    ☞ 직접 단수가 되지 않는 곳에 돌을 둬서 상대방의 돌이 도망가지 못하게 가두는 장문(藏門)이라는 수법을 바둑의 초보도 못되는 필자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바둑의 고수로 주변에 널리 알려진 시인은 오늘의 시에서 산과 들을 호령(號令)하는 ‘곰과 범’을 잡고, 펼쳐놓은 그물에 들어올지도 모를 ‘고래’를 기다리는 장문을 본다.

    이러한 두려움의 시간 속에 갇힌 시인에게는 지금 쥐와 피라미 정도는 생각할 바가 아니다. 어디까지 몸부림을 쳐야 할지 모르는 질기고 긴 오랏줄을 풀어헤쳐 나가야 할 방도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곰과 범을 잡고, 고래도 잡는답시고 스스로 장문에 갇혀버린 요즘의 나라꼴을 보는 듯한 답답한 반상(盤上)이다. 바둑을 통해 세상을 읽는 시인이여, 과연 묘수(妙手)는 어디에 있는가? 강신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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