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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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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58) '하지마비' 앓는 15살 명훈이

"친구들과 맘껏 노는 게 꿈이에요"
2년째 치료 매달리며 4000만원 빚 얻어
교통사고로 다친 아빠와 지적장애 형

  • 기사입력 : 2019-12-11 16: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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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학교 2학년 명훈이(가명·15)의 삶은 2년 전 송두리째 바뀌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맞은 백일해, 파상풍 예방접종이 화근이었다. 접종 3시간 만에 오한이 들며 의식을 잃었고, 이틀 동안 심한 경련 증상을 보였다. 병원에서는 명확한 진단을 내놓지 못했다. 명훈이는 일시적으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휠체어를 탔다. 보건소와 정부에 예방접종 피해 보상을 신청하면서 긴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명훈이의 증상과 예방접종의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명훈이 부모는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어느 병원에서는 ‘전환 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등 신경정신과 진단을 받았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뇌전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많은 약을 먹으면서 호전되는 듯했지만, 지속적인 무릎 통증, 몸이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반복됐다.

     마지막으로 찾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명훈이는 한 달간의 검사를 받았다. 진단은 ‘상세불명의 하지마비’였다. 진단을 받아들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속적인 치료로 교실 이동 같은 간단한 거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평범한 중학교 생활은 명훈이에게는 그저 바람일 뿐이다.

     치료에 매달린 지 2년, 남은 것은 4000만원이라는 빚이었다. 아빠, 엄마 모두 신용불량자가 됐다. 치료에 목돈이 들지만 명훈이네 네 가족은 170여만원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수입의 전부다. 가족 중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빠 정태(가명)씨는 15년 전 출장 중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양 무릎, 어깨, 탈장 등 지금까지 모두 15차례의 수술을 했다. 늘어나는 지출에 형광등 수거와 같은 지자체 연계 사업도 해봤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병원비가 곱절이었다.

     엄마 미경(가명)씨도 명훈이, 남편 그리고 첫째 세훈이의 병간호로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달력에는 병원 진료 날짜가 빼곡했다. 명훈이 형 세훈이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고, 최근에는 신체에 골종이 생겨 뼈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달력에는 미경씨의 진료일도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아픈 가족을 보며 자신만이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각오로 여태껏 버틴 미경씨지만, 최근 자궁에 이상이 생겨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 아이들에게 찾아온 심리적 불안,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려 스스로 싸우면서 우울증, 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명훈이네 가족은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가족들 모두 미래를 위한 준비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정태씨는 지게차, 굴삭기 자격증을 땄고, 아픈 명훈이도 한글, PPT 등 정보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미경씨는 피부미용 자격증과 함께 아이들의 심리 치료에 보탬이 되기 위해 전문심리상담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희소식이 전해졌다. 명훈이와 형 세훈이가 병원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상경하면서 발생하는 교통비, 서울에서의 체류비, 상환해야 하는 4000만원의 부채로 막막하기만 하다. 정태씨와 미경씨는 명훈이 치료를 위해 서울에 갔을 때 경비를 줄이려고 근 한 달간을 찜질방 생활을 했고, 매 끼니도 라면으로 해결했다.

     명훈이는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그냥 건강을 되찾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빠 정태씨의 도움 없이 등·하교하고,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어노는 것이 명훈이의 꿈이다. 미경씨는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으면 아픈 정태씨를 대신해 미용실을 개업해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명훈이네는 기초생활 수급비로 4인 가구가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고 두 자녀가 서울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아야 해 교통비, 체류비 부담이 커 가계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강한 가족이다. 지역 사회가 따듯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가 명훈이네 가족과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가 명훈이네 가족과 상담을 하고 있다.

    글·사진=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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