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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마창대교를 보며- 이장중(수필가)

  • 기사입력 : 2019-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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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경은 낮의 풍경을 반전하는 매력이 있다. 사람들은 밤의 불빛을 보며 감동하고 위안받기도 한다. 작년 연말 마창대교 사진으로 엮여진 탁상달력을 선물받았다. 열두 장의 사진을 넘기다가 유독 야경사진에 눈길이 갔다. 검은 빛에 따사로운 조명을 쏟으며 서 있는 다리의 아름다운 야경이 바다로 투영되어 잔물결에 일렁거리는 장면이다. 문득, 사진 속을 벗어나 현장을 보고 싶었다.

    마창대교의 밤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청량산 임도에 자리 잡은 팔각정이라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익히 알려진 곳이라니 마음이 부풀었다. 다리가 불빛에 서서히 물드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마창대교를 건너 청량산으로 차를 몰았다. 임도 입구에서 맞이한 찬바람은 견딜 만한데 안개처럼 자욱한 미세먼지가 가히 위협적이었다. 오로지 눈앞의 이로움만 추구하다 끝내는 감당하지 못할 재난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길은 잘 다듬어져 느리게 걷기에 좋았다. 임도에 늘어선 벚나무는 분홍으로 부풀다 못해 꽃망울을 마구 터트리며 하얀 봄을 토해내고 있다. 하늘에도 눈썹 모양의 낮달이 내 마음인 양 따라 걸어준다.

    팔각정에 도착하니 일몰 십여 분 전이다. 언제 왔는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로 촘촘히 울타리를 만들어 팔각정 2층을 점령해 버렸다. 어깨너머 연속성 카메라 셔터소리에 밀려나 아래층에서 야경을 보아야 했다.

    마침내 대교의 가로등이 켜졌다. 어둠은 서서히 짙어지고 조명은 가만히 내려앉으며 다리를 붉게 물들인다. 사장교 두 개의 주탑에서 사선으로 내려진 케이블을 따라 하얀 불빛이 흘러내린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빛을 밝히는 유연한 곡선의 정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대 이상의 광경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늘 지나다니던 길이라 무심히 지나쳤는데 낯설게 바라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이 전해져 온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니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오고가는 차량의 불빛을 미동 없이 내려다보며 서 있다. 막힘 없는 다리 위의 흐름을 보며 세상의 소통을 생각해 본다. 다리는 가로막고 있는 그 어떤 환경으로부터 소통을 이뤄내는 매개체다. 마창대교는 마산만을 사이에 두고 그리워만 하던 무학산과 장복산의 손을 잡게 했다. 그렇게 연결된 산세는 산줄기를 타고 정병산으로 뻗어 하나가 됐다. 다리가 만들어 준 기운이 소통으로 이뤄져 마산 창원 진해가 하나된 것이다. 이 다리를 건설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소요되었겠지만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는 그 몇 배 이상이라 생각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첨단과학의 발달로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소통은 더 어려워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를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의적 소통에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해결책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마창대교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처럼 더 크게 더 높게 세상을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상상력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도 싶다. 나는 내일도 마창대교를 지나는 출퇴근길의 행복을 생각해본다.

    이장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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