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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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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프로젝트] (43) 장애 동생들과 사는 형진이

택시기사 아빠 대신해 홀로 어린 동생들 돌봐
엄마는 가출 후 아빠가 삼형제 키워
빚 상환에 병원비 감당하기 버거워

  • 기사입력 : 2018-04-1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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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죠. 새벽 “출근시간에 가장 손님이 많은데, 9시까지는 아이들 등교시키느라 바빠서 움직이질 못하고 낮에 잠깐 일합니다. 그것도 오래는 못하고, 오후 4시에는 돌아와서 아이들 챙겨먹이고 씻겨요. 저녁에는 또 애들을 재워야 일을 나갈 수 있는데, 재우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형진(가명·10)이와 우진(가명·9), 세진(가명·5)이 삼형제를 홀로 키우고 있는 명근씨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남자 혼자서 어린 남자아이 셋 육아를 감당하기란 사실 버거운 일이다. 게다가 생계도 이어야 하고 빚도 갚아야 하는데, 심지어 우진이와 세진이는 손이 많이 가는 장애아다. 우진이는 뇌병변으로 지적 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세진이는 양쪽 귀 모양의 변형된 소이증과 외이도폐쇄증을 갖고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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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사례 관리사들이 명근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명근씨는 아이들 엄마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결혼 초부터 도벽이 있었던 아내는 몇 차례의 절도로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명근 씨의 속을 썩였다. 아내는 아이를 낳기만 낳았지,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여기저기 돈을 빌려 4000만원이 넘는 빚을 만들어놓고 집을 나갔다. 덩달아 주거환경도 불안정해지면서 지금은 LH에서 공급하는 전세임대주택에 머물고 있다. “아내가 밉죠. 정말 괴로웠어요. 그런데 아이들 생각하면 아이 엄마랑 관계를 정리하기가 힘들어요. 제가 돌본다고 돌봐도 아이들은 엄마를 찾거든요.”

    선박 관련 기술직에 종사했던 명근씨는 아이들 엄마가 절도와 가출을 반복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택시기사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서 택한 일이었다. 아이들도 어린데다 둘째와 셋째는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한다.

    우진이는 아직 대소변 가리는 것에 서툴고, 세진이는 보조기구를 끼지 않으면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으니 언어발달도 매우 느린 편이다. 일주일에 2번씩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막막하죠. 아이들 엄마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지, 빚은 있지, 아이들은 자라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명근씨는 매달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30만원씩 빚을 상환하고 있다. 명근씨가 일하러 나가면 첫째 형진이가 혼자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통제를 벗어나기가 일쑤고, 형진이는 아직 너무 어리다. 엄마도 보고 싶고 떼도 쓰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된다. 때문에 명근씨는 택시를 몰다가 새벽에 잠깐 집에 와 아이들을 보고 다시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끼리 잘 있나, 일을 하면서도 맘이 놓이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통합사례 관리사는 “후원금으로 당장 급한 생활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면 형진이네 가족들이 다소나마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사회의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3월 14일자 18면 ‘하루종일 누워 지내는 지은씨’ 후원액 510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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