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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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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맥 쌓기- 김영미(수필가)

  • 기사입력 : 2016-03-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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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을 넘기면 참으로 모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창회나 향우회, 봉사단체를 비롯한 부부동반 모임까지 다양한 일정이 줄을 서 있다. 혼자 고립되지 않기 위해 시작한 취미 개발 또한 단단한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한 사람의 스승을 만난다고 했다.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한 교류일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빽빽하게 채워진 그 연결고리는 삶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3월에도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경칩, 춘분, 물의 날, 기상의 날 등등 의미 있는 이름이 달력을 채우고 있다. 또 다양한 집안의 경조사들로 인해 정신과 육체는 먼저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가끔, 하나의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곳을 찾아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한다며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이를 보게 된다. 나는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지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나치게 모임이 잦다 보면 어떤 일이든 집중하지 못하고, 돈독했던 관계마저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인맥에는 빛과 그림자 같은 두 얼굴이 있다.

    어느 봄날, 단체로 떠난 여행에서 짝짓기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인원들이 둥근 원을 그리며 돌다가 열 명, 스무 명이 모였다가 또다시 숫자를 줄여가며 ‘헤쳐모여’를 반복하는 게임이다. 필요한 숫자를 채우기 위해 가만히 서 있어도 끌려가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배제하거나 과감하게 떼어내야 한다. 그것은 진정한 놀이문화가 아니고 편 가르기 같은 이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해 씁쓸하였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자기만의 이익에 편승하게 되었다.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모임 속에 서성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맥 쌓기에 전력투구하며 성공을 꿈꾸지만, 가까웠던 사이가 자신의 손익계산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원수로 탈바꿈한다. 어깨를 기댈 인맥의 틀 속에 갇혀 있으면서 때로는 철저한 외톨이 신세가 된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무엇을 하든지 골똘히 생각하며 진지하게 고민할 겨를도 없이, 한순간에 홀로 남겨지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닌가 한다.

    통계에는 나 홀로 가구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반면 4인 가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골에 살고 있는 노인 대부분은 병든 몸은 물론이고, 하루 종일 외로움을 달랠 말 한마디 나눌 상대조차 없어 고독사로 이어진다. 식솔들을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굽은 큰언니는 시골의 큰 집을 덩그러니 혼자 지키고 있다.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그림자조차 얼씬하지 않는 쓸쓸함이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맹목적으로 인맥을 신봉하고 있지 않은지, 어떤 모임이라도 얼굴을 내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교 강박증에 걸린 채 양심을 옭아매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타인과의 관계맺음은 필연적이 아닐 수 없다.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 부자가 결코 성공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며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가 아니다. 나의 인생을 이끌어 줄 스승을 찾고, 절체절명의 일이 닥쳤을 때 구원을 요청할 진정한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야만 하지 않을까.

    김영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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