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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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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마지막 희망의 끈 어머니- 이광석(시인)

  • 기사입력 : 2014-05-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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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생애에 이처럼 길고 잔인한 4월이 있었을까. 진도 팽목항 서해의 거센 파고를 넘어 온 나라, 전 세계가 함께 오열하고 위로의 손편지를 보내준 이 엄청난 재앙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제나 저제나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하루 또 하루 타는 가슴 저미며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끈 끝내 놓지 않고 몸부림친 가족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영안실 가득 메운 국화꽃, 미처 피우지 못한 꿈 저승에서나마 이루기를 비는 처연한 향불 그 아래 통곡하는 엄마의 눈물, 200여명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생환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단 한 명이라도 숨 쉬는 모습으로 걸어 나왔으면 하는 기적을 우리는 기대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꿈도 희망도 기적도 우리를 버렸다. 유가족은 물론 분노와 좌절 허탈 허무, 집단적 우울증 같은 세월호의 트라우마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이 땅을 덮쳤다. 그러나 바다의 사나이들은 최선을 다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릅쓰고 생존자 구조에 몸을 바쳤으며 5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내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힘을 보탰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우왕좌왕 갈팡질팡 헛다리만 짚었고 총체적 부실이라는 오명과 함께 세월호보다 깊이 침몰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위기관리능력이 이 지경으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필자도 1967년 1월 14일 자정께 목조여객선 한일호가 가덕도 앞바다에서 해군 충남함과 충돌 침몰한 사건을 현장 취재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한일호 선체가 10여일 만에 인양될 때 마지막 선실에서 어린 아들을 꼭 품고 조각처럼 엎드려 있던 어느 엄마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세월호의 엄마들도 제 가슴속에 아들을 묻었을 것이다.

    이번 대형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출항부터 사고가 날 때까지 이미 예고된 인재인 데다, 사고 이후 대처 상황도 후진국 수준을 겉돌았다. 10여개의 대책본부는 무대책이었고, 이를 단일화하는 데도 무려 이틀 반이나 걸렸다. 통계 숫자도 하루에 몇 차례씩이나 정정되는가 하면 언론의 속보·특보 경쟁은 무책임한 오보의 빌미가 됐다. 믿을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불신은 국민적 분노로 확산되기까지 했다. 제2의 세월호 사태가 언제 또 생길지 모른다. 그 예감은 항상 우리 곁에 와 있다. 타이타닉호의 교훈은 역사적 진실이나 다름없다.

    부처님오신날이 6일로 박두했다. 어버이날 스승의날도 이어진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발원으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씩 치유가 되고, 살아서 돌아온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출발이 있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아픔을 함께한 국민적 공감대와 정서도 유족 돕기의 따뜻한 손길로 가닥 잡아져야 할 때다. 나라 꼴도 이래서는 안 된다. 공직자들, 특히 정치권이 환골탈태 정신 차릴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대 모습 본다/ 물결이 햇빛으로 빛날 때/ 그대 모습 본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시간 위에 절망의 문이 닫혀도/ 우리는 놓지 않으리/ 마지막 희망의 끈을 …’ 열아홉 아들의 푸른 주검 앞에 어느 엄마가 남긴 이 간절한 기도야말로 이 땅을 가꾸고 지켜낸 엄마들의 어질고 강한 아름다운 사모곡이 아니겠는가.

    이광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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