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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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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82) 황강 30 합천군 봉산면~합천호~대병면 청강사

백리벚꽃길과 합천호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

  • 기사입력 : 2013-04-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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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호 주변으로 악견산·금성산·허굴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악견산.
    합천댐물문화관.
    합천호 황강루.
    합천임란창의기념관.
    합천호 망향의 동산.
    청강사 전경.



    꽃피는 화창한 봄날이지만 교육현장을 지키는 교사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난 3월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한 경북 경산의 모 고등학교 학생이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학교폭력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됐고 교육자료와 지침서도 나왔다. 교정에 폐쇄회로 TV와 지킴이가 등장했고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학생부를 인성부로 명칭을 바꿔도 학교폭력은 여전했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현장의 교사가 중심이 돼야 해결할 수 있다.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긍지와 신념을 갖고 학생들과 일체가 돼 소신과 사랑으로 학생지도를 하도록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한다. 2010년까지 교육현장에서 소위 3D라고 하는 학생부장 7년을 포함해서 13년 동안 학생생활지도를 맡아 ‘학교폭력 없는 학교, 음주·흡연 학생 없는 학교, 휴대폰 소지 학생 없는 학교’ 3무의 전통을 정착시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고 그렇게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교장, 교감 선생님과 동료 교사, 학부모의 지지와 협조, 믿음과 신뢰가 있어 소신 있게 학생생활지도를 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학부모들이 믿고 자녀를 보내는 든든한 명문학교의 교풍을 이어가고 있고, 사랑을 우선하는 올곧은 생활지도를 받았던 제자들이 졸업식 날 교무실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떠나는 것을 보며 나는 행복한 교사라고 생각한다.

    ◆봉산새터관광지·망향의 동산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다 점심을 먹으려고 인근식당을 두 군데 갔지만 대부분 1인분은 어렵다고 거절했다. 겨우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지곡천을 따라 봉산삼거리에서 합천호를 가르는 봉산교를 건너 새터관광지로 향했다. 봉산교에서 바라보는 합천호의 풍광은 산 그림이 호수에 비쳐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새터관광지는 1988년 합천호 준공과 함께 봉산면 김봉리 일원에 만들어졌다. 휴게실, 야영장, 전망대, 수상레저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여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합천호를 따라 대병 방면으로 1㎞쯤 가다 보면 망향의 동산이 있다. 합천 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고향을 나라에 바친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2010년에 건립했다. 여기에는 수몰된 지역의 주민 명단, 망향의 탑, 수몰 전 사진, 공연장, 산책로, 황강루가 있다. 합천호를 바라보고 서있는 황강루의 기둥에는 당나라 이백의 ‘정야사’[누전간월광(누각 앞에 펼쳐진 달빛을 보니), 의시지상상(땅위에 내린 서리 같아 보이네) 거두망산월(고개 들어 산위의 달을 보며) 저두사고향(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가 새겨져 있어 수몰민과 고향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주고 있었다. 수몰지역에서 합천군 묘산면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는 제쌍순(73) 씨 부부는 망향의 동산 황강루에 올라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고향마을이 있었던 합천호 어딘가를 향해 절을 올리고 있었다. 합천 8경 중의 6경인 합천호와 백리벚꽃 길 호반도로 꽃비를 맞으며 대병면 방향으로 향했다.



    ◆합천댐 물문화관. 합천임란창의기념관

    대병화양 관광지를 지나면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에 합천댐 물문화관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물의 소중함과 지구상의 물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며 소중한 물에 대한 모든 정보와 합천 다목적댐의 현황과 기능에 대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 주기 위해 설립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찾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합천호의 조망이 매우 아름답다.

    합천 다목적댐은 1983년 12월 토목공사를 착공해 1989년 12월에 준공됐다. 높이 96m, 길이 472m이며,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서 한마디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막아 그 무게로 상류의 물을 가둬 두는 형태이다. 저수량은 7억9000만t으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크다. 합천의 또 하나의 관광 명소로 탄생한 합천 다목적댐은 합천호 주변으로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산과 호수의 수려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합천호 주변으로 이어지는 백리벚꽃 길은 전원의 풍요와 낭만적인 길로 알려져 있다. 동서로 길게 황강을 끼고 병풍처럼 이어진 그림 같은 자연과 합천호반이 어우러진 벚꽃 길은 4월이면 만개해 그 절정을 이룬다.

    합천호를 뒤로하고 합천 방향으로 내려서면 왼쪽 산자락에 합천임란 창의기념관이 있다. 합천에서 의병을 모아 왜적을 격퇴했던 의병장 정인홍(1535~1623)을 비롯한 의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곳으로 2001년 5월 10일 문을 열었다. 사당(창의사)·유물관·강당(경의당)·기념탑·외삼문·내삼문·사주문 등의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한 사당까지는 4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첫 번째 계단을 오르면 합천임란창의기념탑이 있고, 기념탑 하단 세 모서리에는 죽창·괭이·삽·쇠스랑 등을 든 농민의병 조각상이 있다. 두 번째 계단에서 숭인문 현판이 달린 외삼문을 통과하면 사적비와 연못이 있다. 세 번째 계단을 오르면 유물관과 경의당이 있고, 유물관에는 임진왜란 때의 의병투쟁사와 합천 의병사에 관련된 갖가지 안내판이 설치돼 있고, 임란 당시의 유물 30여 점도 전시돼 있다. 네 번째 계단을 올라서면 충의문이 있고 의병장 정인홍과 의병 113인의 위패를 봉안한 창의사가 있다. 창의사 앞에 서면 악견산과 합천호의 풍경이 펼쳐진다. 악견산성은 임진왜란 때 합천의 선비들이 의병을 모아 왜적과 싸웠던 역사의 현장이다.

    ◆작은 절집 청강사

    창의 기념관에서 합천읍내 방향으로 황강을 따라 10리쯤 내려서면 합천군 대병면 장단리에 작은 절집 청강사(☏ 932-5706)가 있다. 합천 출신으로 ‘정진사’로 더 알려진 유학자 청강거사가 100년 전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당시 합천에서는 정진사의 땅을 밟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대지주였다고 한다. 유학자인 정진사가 16채의 절집을 짓고 전답 500마지기를 시주한 절이 곧 청강사다. 처음 이 절을 지을 적에는 집이 16채나 되었다지만 지금은 많이 허물어지고 7채만 남아있다. 청강사는 일주문이 없고 그 대신 등나무 숲 속으로 나 있는 문을 따라 들어간다. 여느 살림 집 같은 그런 기와집이다. 청강사를 세운 청강거사는 당시 이름난 유학자였다. 스님들이 유교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있지만 유학자가 불교에 관심을 가져 스스로 절을 짓고 수도를 한 경우는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주지 혜광스님(63)은 청강사는 북향에 가까워 겨울은 춥지만 봄, 여름은 지내기가 아주 좋다고 했다. 봄이 오면 벚꽃 숲이 일품이라며 진해 벚꽃이 피고 난 뒤 일주일 뒤쯤 꼭 찾아오란다. 벚꽃이 온 하늘을 덮은 모습은 다른 말이 필요 없다고 했다. 대웅전 앞으로 악견산 산행 안내표지가 있었다. 대부분의 절집은 절집을 통하는 등산로도 없애버리고 다른 곳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에 비하면 청강사 주지스님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다. 청강사 현판은 이름난 서예가들의 작품들이다. 대웅전은 3·1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오세창이 쓴 것이고, 산신각은 청남 오제봉의 글씨이고 칠성각은 진주 촉석루 현판을 쓴 정현복의 글씨이다. 혜광스님의 부친은 독립 운동하는 이들과도 교류를 했다고 한다. 청강사에 고려시대의 후불탱화 등의 많은 문화재가 있었는데 도난당했다. 늦게 불가에 입문했다는 혜광스님은 제대로 못 먹고 못 입어도 차만은 고급으로 마신다며 차가 생각나면 오라고 했다. 농업회사 호암을 만들어 전통식품도 제조해 판매하며 음악회를 열어 자선사업에도 남다른 열정이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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