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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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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碑에 남기고픈 나의 詩

  • 기사입력 : 2003-06-18 00:00:00
  •   

  • 시인들이 詩碑에 남기고 싶을 만큼 자신의 시를 대표할 수 있는 시를 선택
    하라면?

     월간 「문학과 창작」에서 지난 4월부터 기획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시
    비에 남기고 싶은 나의 시〉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6월호까지 16명의 중진, 원로시인들의 2~3편의 시와 이 시를 선택하게
    된 배경, 시비에 관한 평소의 생각 등이 게재되어 있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내 냄새가 가장 잘 나타난 시」, 「독자들이 칭찬
    한 시」, 「시비에 어울릴 것 같은 짧은 시」 등을 선택, 독자를 배려하면
    서도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시에 무게중심을 많이 뒀다.

     그러면서도 객쩍고 부담스럽지만 기발하고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반응부
    터 시비가 너무 많아 또 다른 시의 공해가 되고 있다는 반응까지 시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詩碑는 또 다른 시비(是非)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중에서 경남과 관련있는 시인들이 선택한 시는 어떤 것일까?
     먼저 진주 출신 이형기 시인은 〈과녁〉, 〈일기예보〉, 〈그해 겨울의
    눈〉 세작품을 올리면서, 「대표작의 범주에는 들지 않지만 내 시를 뒷받침
    하는 중요한 지렛대의 하나인 허무적인 성향을 이 작품들이 공유하고 있
    다」는 점을 들었다.

     진주 출신 김여정 시인은 〈단풍잎새 한잎〉, 〈가을의 묵상〉, 〈봉
    인〉 세편을 고르면서, 「아무리 뜨거운 손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 써도 어
    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이별일 바에야 일찍부터 이별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
    을 것 같아 이별연습이라는 공통점이 들어있는 시편을 선택했다」고 이야기
    한다.

     1960년대 후반 마산제일여고 교사로 재직했던 유안진 시인(62)은 「모든
    시가 그 시를 쓴 시인의 그다움이지만, 스스로 가장 나다웁거나 나다웁기
    를 소망하는 것으로서 찾았을뿐」이라면서 〈세한도 가는 길〉, 〈다보탑
    을 줍다〉, 〈자화상〉 세편을 올려놨다.

     마산에서 활동중인 이광석 시인(68)은 「가장 멋진 시비는 독자들 마음속
    에 세워진 시비가 아닐까」라면서 「내 삶을 직조한 〈산에가면〉과 삶의
    한 축이요 참선이자 지난 세월의 자성이며 그리움으로의 회귀작품 〈잡초
    는 낫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중 가장 짧은 시 〈휴식〉을 정했다」고 했다.

     송정란 편집국장은 『원로시인 한분이 돌아가신 후 후배 시인들이 시비
    를 세우려고 했지만, 어느 시를 대표작이나 애송시로 염두에 두셨는지 알
    수 없어 고심했다는 뒷이야기를 듣고 이 기획을 시작했다』며 『시인들이
    의중에 두고 있는 시편들을 독자들이 몰래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즐거운 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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