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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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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예능교육 위기는 미래가 어둡다

  • 기사입력 : 1999-09-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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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사회변천에 따라 숱한 역경을 이기며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늘에
    이러렀다. 수천년동안 계속됐던 농경사회의 단순한 삶이 산업사회의 복잡
    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희생을 치뤄야 했다. 기계의 파열음과 거대한
    기계 문명에 위압당한 수많은 사람들은 도태됐다. 그러나 불과 3백년을 채
    못넘긴 산업사회도 막을 내리고 이제 사이버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오늘
    의 10대들이 주역이 될 2020년이후면 『우주사회』가 기다리고 있다고 미래
    학자들은 예언한다. 『은하철도 999』가 우리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우주속
    에 납치된 아버지를 찾아나선 『원더 키디』의 이야기가 더이상 가상 만화
    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하
    며 살아갈수 있을까?』 오늘날 기성세대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과제다.

    미래의 적응력은?
    미래사회에 필요한 적응 능력은 무엇인가. 미래학자들은 변화하는 사회에
    서는 자신만을 고집하는 이기적 사고로는 적응할수가 없고 남을 배려할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줄 아는 감성지수(EQ)가 높아야 한다고 지적한
    다. 미래를 대비하는 선진국은 이미 그런 비전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
    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황혼 이혼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심각한 가
    정파괴의 현실에 방치돼 있다. 가족 구성원의 심성을 파괴시키고 창의력
    도,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도 상실케하는 가정의 파괴는 감성지수를 떨어뜨
    리는 절대적 요인이다. 어른들 잘못으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들
    이 양산되는 우리의 미래는 그런면에서 암울하다. 이들에게 미래의 주역을
    기대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감성지수를 높이는 비결은 무엇인가. 먼저 『가정의 중요성』을
    들수있다. 올바른 심성발달은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가정파
    괴가 사회변천의 부산물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2천여년 나라없는 민
    족으로 유리방황했던 유태민족이 세계 도처에서 정착하며 성공할수 있는 비
    결은 바로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 때문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알기
    에 자녀들을 부모의 부속물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인격체로 대우
    한다. 인간의 존귀함과 환경에 적응하는 삶의 방식을 다루는 지혜의 책인
    탈무드를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그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며 행동
    에 책임을 질줄아는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고학력자가 오히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우리의 경우는 가정교육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
    는 가정에서부터 『바다란 깊고 넓다』는 지식만을 강요해 바다에 대한 두
    려움과 갈등을 증폭시켰지만 유태민족은 바다의 위험을 극복하고 활용할수
    있는 『지혜』를 가정에서 터득 시켜오고 있다.

    감성지수를 높이는 두번째 비결은 음악과 미술을 통한 심성발달이다. 90년
    대 들어 사회주의 몰락후 모스코바 시민들은 경제파탄으로 곤란을 겪고 있
    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는것은 잊지 않는다. 이같은
    삶의 자세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속에서도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전환적
    고통을 이겨내고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저들의 힘은 예술을 바탕으로한 전
    통적인 삶의 자세 때문이다. 유태민족의 가정에 항상 음악이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긴다는 사실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예능교육의 추락현상
    1천년전, 추석을 앞두고 서라벌에 울려퍼진 백결선생의 『방아타령』은 신
    라인들의 가슴에 풍요로움을 안겨 줬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후예들에게 그
    런 마음의 풍요는 찾을 수 없다. 이제 정서교육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
    다. 감성지수를 높혀 미래를 대비토록 해야 한다. EQ 뿐만 아니라 IQ지수
    를 높이는 탁월한 비결이 음악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의 음악적 환
    경은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학원의 예능교육이
    IMF이후 직격탄을 맞고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97년말까지 경남도내에는 예능학원이 2천3백40개, 교습소가 2천3백90개였
    다. 그러나 98년 한해동안 2백여개의 교습소가 사라지더니 급기야 올들어
    지난 상반기에 학원은 1백여개, 교습소는 3백여개가 추가로 문을 닫았다.
    앞으로 교습소의 절반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예능계 학원의 감소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자
    녀들에게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심성교육이 경제적 논리에 의
    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음을 뜻한다. IMF이후 2년이 흘렀다. 그러나 얼어
    버린 예능교육은 어디서도 해빙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삶의 질을 높인다
    는 비전도 공허하게 들린다. 미래를 대비한다면서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
    고 있는가? /성재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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