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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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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陰謀論

  • 기사입력 : 1999-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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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政治와 『陰謀』는 불가분의 관계다. 음모를 배경으로 반전과 또 반전이
    거듭되는 것이 정치의 흐름이다. 더욱이 권력의 한축에 부도덕한 모사꾼이
    있으면 음모는 피를 뿌리게 된다. TV드라마 사극이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역사뒤에 숨겨진 음모를 직접 관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모는 민
    주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가장 큰 해악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겪기 시작하던 97년말, 미국에서는 『음모론』이
    강력하게 부각되었었다. 주로 韓人 사회에서 일기 시작한 음모론의 배경은
    유태계 큰손들이었다. 『한국인에게 본때를 보이기 위해 IMF를 등에 업고
    환란을 부추겼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이같은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금융 부실, 기업의 과잉투자에 정부의 무능이 겹쳐
    환란을 불렀다고 생각했으며, 특히 정서적으로 정권에 책임의 화살이 쏟아
    졌다. 야당의 대선 승리라는 정치적 변화는 이성적 판단보다 현상적인 책임
    전가로 일관했다. 환란 책임을 따졌던 청문회 역시 前정권을 매도하는데 초
    점이 맞춰졌을뿐 미래지향적인 대비책은 고사하고 음모론은 접근조차 못했
    다.

    음모론의 근거 두 가지
    그렇다면 환란 당시 과연 음모론은 존재했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최근 세계 금융가에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사카키바라(前 대장성 재무
    관)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최근 요미우리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97년 9월
    께 국제 단기투자자본(헤지펀드)이 「한국공격」을 계획했다"고 공개했다.
    당시 홍콩에서 조지 소로스와 만난 그는 "다음 목표는 한국"이라는 단정적
    인 말을 듣고 경악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소로스의 발언은 2개월 뒤에 이
    뤄졌다. 각본대로 환란의 와중에 들어갔고 저들의 요구인 고금리 정책으로
    기업은 풍비박산(風飛●散) 됐지만 저들은 엄청난 이자수익을 챙겼다.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말레이시아의 경제회생이다. 97년 7월 동남아
    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하티르 총리는 "동남아의 위기에 대한 책임은 소로
    스에게 있다"고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에 西方은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그
    는 굴하지 않고 IMF의 처방과는 정반대로 저금리, 경기부양, 외환 통제라
    는 대반란을 시도했고 그의 처방은 성공했다. 소로스를 비롯한 환투기꾼을
    「원흉」으로 지적하며 국제투기자본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그는 독자적으
    로 저들의 음모에 맞서 말레이시아를 살려낸 것이다. `다시 일어설수 없을
    것`이라던 馬聯의 올해 수출신장률은 한국을 능가하고 있다. 그가 국제 이
    단자로 낙인찍혀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IMF의 캉
    드쉬를 국빈처럼 맞았고 소로스를 금융황제로 모셨다.

    1차 책임은 우리에게
    위험한 국제 단기성자금을 끌어 동남아에 빌려주고는 회수가 안되자 신용
    을 잃으면서 시작된 환란은 분명 그 1차적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사실
    이다. 자기들이 꾸어준 돈으로 흥청거리고 샴페인을 터뜨린 꼴불견이 미워
    취한 조치라도 그것은 결국 우리 책임이다. 그러나 저들의 『성장 제일주의
    의 한국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취한 조치』라
    던 명분은 어디로 갔는가. 기업은 줄줄이 부도나고 32년 성장 신화의 `코리
    안 드림` 大宇그룹까지 사라질 판이다. 정부는 돈 꾸는데 1년을 허비했고
    국제 큰손은 줬던 돈 회수하면서 다시 고리채로 빌려주고, 목적 달성하자
    돈달라 소리 뜸해진 것에 무엇이 다른가. 저들의 요구대로 하는 동안 중산
    층은 몰락했고 빈부격차만 벌어졌다. 따지고 보면 IMF 처방은 가진자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탐욕의 처방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환란은 우리
    스스로 대비 못한 잘못과 국제 투기자금의 부도덕성이 맞물린 필연적 결과
    라 할수있다. 개혁의 기회를 놓치자 소로스를 비롯한 국제 투기꾼의 덫에
    걸리고 만 셈이다.

    음모는 경제 정의에 암적 존재
    세계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국제 투기꾼의 음모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시대, 함께 사는 공동 운명체로서의 책임이고, 이를 통해서
    만이 세계경제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세계의 큰손을 자
    처하며 `손볼 곳`을 찾아 다니는 한 세계경제는 거품을 면할 수 없다. 음모
    는 경제 정의를 가로막는 암적 존재다. 자동차 부채를 책임지지 못하겠다
    고 버티던 천하의 三星도 채권단 압박에 두손 들고 말지 않았던가. 외환 차
    입으로 버티고 있는 우리 경제는 국제 큰손이 임의대로 자금을 회수하려 음
    모를 꾸민다면 환란을 피할 수 없다. 음모를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면
    에서 고독한 투쟁을 벌였지만 음모를 간파하고 당당히 맞섰던 마하티르는
    세계 경제 정의를 위한 비전있는 지도자라 할 것이다.
    成在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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