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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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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바담風

  • 기사입력 : 1999-08-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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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바담풍 할테니까 너는 바람풍 하여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은
    내잘못은 괜찮은데 너의 잘못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일부 특
    권계층의 잘못된 의식구조를 꼬집는 비유로 사용되고 있다. 차라리 내잘못
    으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입게되는 피해는 훨씬 심각하고 이로인한 사
    회계층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우리사회를 보면서 이 말을 떠
    올리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사건에서 더더
    욱 절감된다. 국제투명성위원회의 98년 국가청렴도에 따르면 조사대상 85개
    국 가운데 한국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함께 43위를, 아시아 12개국 가운
    데서는 6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특히 우
    리는 지난 97년말부터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미증유의 경제
    난을 겪고 있다. 경제난국의 수습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초래하여
    사회계층간의 갈등의 골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사회
    적 고통분담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
    라매고 다가오는 21세기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려
    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때 불거져 나오는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사회지도층
    의 부패상은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직자란 어떤 자리인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살아가는 국민들의 머슴이
    며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해 나가는 기본 골격체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공
    직자들의 부패상에 대해 이처럼 우려감을 갖게되는 것은 그들이 오염되면
    사회 전체가 중대한 위기를 맞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회지도층으로 연일 힘
    차게 밝은 사회, 희망찬 미래를 외쳐대던 그들이 내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
    라는 식의 이러한 모습들은 반대급부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자아내게 된
    다. 이러한 현실은 신창원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일개 탈옥수가 의적
    으로까지 미화되면서 일부의 동정심까지 자아냈던 현실은 무슨 의미인가를
    곰곰이 돼새겨 보아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심화
    되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청렴결백한 관리는 도둑의 샘물이라는 도천
    과 탐욕스런 사람들의 샘물이라는 탐천의 물도 마시기 꺼렸다는 중국의 이
    야기를 음미해 봄직하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리민복을 외쳐대는 정치계의 바담풍 행보는 더욱 국민
    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민들의 처지는 안중에도 없이 내년에 실시되는 총
    선고지를 향해 오직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회는 개원되
    지만 쌓여있는 현안은 산적된채 한다, 못한다로 여야 줄다리기로 시간을 소
    비하다 폐회하기 일쑤이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라는 국민들의 질책에도
    아랑곳 없이 편가르기에 시간을 허비하고 국민들을 향해 그 대열에 진입하
    도록 손을 내밀고 있는 처지이다.

    오늘의 위기상황은 이러한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귀결되어진다. 이제 국민들의 의식도 선진화되어야 할 때이다. 그들이 바담
    풍이라고 외칠때, 바람풍으로 이끌어 줄수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국민들
    을 무시하지 않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
    기 위해서는 이들을 감시 감독하는 국민들의 역할과 기능이 정착되어야 한
    다.

    이와함께 무엇보다도 지도층의 솔선수범의 자세가 필요하다. 윗물이 맑아
    야 아랫물도 맑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다가오는 정보화 시대를 대비하여 세계 각국이 글자 그대로 혈전을 벌이고
    있다. 한점의 과오나 곁눈질도 무시된채 오직 힘센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헤쳐나가고 또한 경제위
    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합의로 힘을 모
    을 때다. 바담풍의 현실을 하루빨리 우리곁에서 근절시켜야 한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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