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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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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달라진 세상- 홍미옥(도슨트)

  • 기사입력 : 2024-04-02 19: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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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가 똑똑해서 남자를 누르면 팔자가 사나워. 일 안 하고 남편 밥 먹는 게 상팔자야.” 엄마가 자주 했던 그 얘기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나의 최종 목표는 현모양처였다. 결혼 후 한 번도 직장을 가져볼 생각도 돈을 벌어볼 생각도 해본 적 없다. 갱년기에 우울감으로 힘들 때 바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취직을 하기로 했다. 중등미술교사 자격증이 있어 미술관 도슨트 면접을 보았으나 현실에서는 54세 아줌마를 받아주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와 우여곡절을 겪은 후 미술관에서 일할 수 있었다.

    처음 맡은 전시는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 아르망의 아틀리에라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35년 전 대학 다닐 때에 머물러 있던 내 미술 지식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현대미술 공부를 다시 해야 했고 여러 가지로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 미술 상식도 인상주의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비엔날레 형식으로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뀜에 따라 순수 창작품, 설치작품, 디지털작업 등 다양하게 표현되었던 현대미술이 아트페어라는 또 다른 전시 형태로 바뀌면서 자본주의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집에 걸어두거나 보관하기 쉬운 회화로 다시 회귀하는 현상을 보인다. 돈이 되는 그림, 사고팔기 좋은 회화작품이 선호되고 있어 대학에서도 회화를 선택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도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해 내가 참여했던 ‘헬가스텐첼’이라는 전시도 지금까지 보아 왔던 미술개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예술 형태이다. 초현실주의라고는 하나 SNS에서 먼저 터져 유명해진 작가의 작품으로, 아이디어와 사진작업 위주의 작품이다. 예전 같으면 “이게 예술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이다.

    미술계의 다양한 변화와 함께 나의 변화도 이어졌다. 잠시 할 것 같았던 도슨트란 직업을 10년 넘게 하면서 뒤늦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인문학, 철학, 심리학, 글쓰기, 문화예술사 자격증까지 60세가 넘어서 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엄마는 ‘여자가 공부 많이 하면 팔자가 사나워진다’고 했는데! 세상이 변해서 괜찮으려나?

    홍미옥(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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