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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111,900,000,000분, 구경꾼들의 시간 - 류위훈 (시청자미디어재단경남시청자미디어센터장)

  • 기사입력 : 2024-03-10 2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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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95년 프랑스. 汽笛(기적) 혹은 奇蹟(기적)을 울리며 ‘시오타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놀라 달아나는 35명의 사람들 앞에서 영상은 탄생했다. 그 이후 영상은 문자와 언어 못지않은 이야기 구사 능력을 갖춘 매체로 자리잡더니 탁월한 대량복제 능력을 보태어 대중들과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그 관계에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대중의 역할은 늘 구경꾼이었다는 것. 1929년 영상이 영사기를 떠나 전파를 타고 영국 BBC TV방송이 이뤄질 때도, 1960년 ‘권력은 TV에서 나온다’며 루스벨트 대통령이 영상 찬가를 부를 때에도 대중들은 구경꾼이었다. 영상은 특별한 교육을 받은 방송인, 영화인 등 전문제작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111,900,000,000분. 대한민국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유튜브 앱을 보며 보낸 시간이라고 한다. 국민 1인당 평균 40시간. 카카오톡의 약 3배, 네이버의 약 5배에 달한다. 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파밍, 알고리즘, 허위정보 등의 키워드를 앞세운다. 그리고 끊임없이 재생되는 짧은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었다고 결론짓는다. 이 모든 부정적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단 하나의 긍정. 유튜브 덕분에 영상이 탄생한 지 130년 만에 지긋지긋한 구경꾼의 역할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다. 다루기 쉬운 디지털 촬영·편집 장비들의 출연으로 영상은 이름 없는 대중들의 손에서 일상적인 표현수단으로 변화했다. 이젠 영상정보들이 온 세계를 제집 드나들 듯 소통·공유되고 있다.

    미디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참 쉽다. 미디어를 제대로 읽고 쓸 줄 알면 된다. 그것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 부른다. 지난 세기에는 문맹 여부, 즉 문해력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졌듯이 21세기에는 미디어 문해력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역량이다. 글자를 배우듯이 미디어를 배워야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이 전국 12개의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태어나게 만들었다. 미디어를 바로 알고 일상생활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국민미디어서비스 공공기관이다. 창원특례시 의창구 평산로 202. 그곳에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환경 속에서 경남도민과 창원시민의 안부를 묻는 경남시청자미디어센터가 있다.

    류위훈 (시청자미디어재단경남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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