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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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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다시, 별을 헤는 밤- 유선철 시조시인(201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4-03-07 1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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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고 이듬해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외벽에 압축된 육면체 볏단을 넣고 양쪽에 황토를 바르는 ‘스트로베일 하우스’, 보온과 보습이 좋고 단열이 뛰어난 친환경 주택이다.

    집도 특징이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은 집의 위치와 전망이다. 우리 집은 동향으로 마을 입구에서 조금 높은 곳에 있다. 산들이 둥글게 주위를 에워싸고 있고 집은 그 중심에 있다. 어떤 지인은 집터가 꽃술에 자리하고 있다면서 마치 절터 같다고 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시내의 커다란 아파트가 마치 성냥갑처럼 작게 보인다. 저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욱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절로 하게 된다.

    전원생활은 생각보다 일이 많다. 무성하게 자라는 풀을 베고, 채마밭에 물을 주고, 감나무에 약을 친다. 겨울에는 가지치기를 하고 장작을 준비하고 군불도 때야 한다. 그렇지만 일과를 끝내고 잔디밭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부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하나 없다. 아파트에 살 때와 다른 점은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산다는 것이다. 마당에서 만나는 비와 바람, 햇빛과 달빛은 베란다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원생활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밤에 별을 보는 것이다. 별자리라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밖에 아는 게 없었는데 여기 와서 별자리와 별의 이름을 익히게 되니 밤하늘의 주인이나 된 듯 재미가 쏠쏠하다. 광막한 어둠 속에서 별을 바라보는 시간은 마치 바다에 돛단배를 띄워놓고 항해하는 것처럼 감미롭다.

    우리 은하에는 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또 천억 개나 있다. 그야말로 중중무진(重重無盡),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의 그물로 짜여져 있다. 그 가운데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을 생각해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미움과 원망, 시기와 질투, 분노와 슬픔, 이런 감정들이 티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테니까.

    별과 나 사이에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면 어느새 나는 한없이 작아져 보이지 않고, 걱정거리도 슬그머니 사라진다. 별은 밤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주는 평화의 선물이다. 별을 보고 있으면 ‘천지 만물과 화목하라’는 하늘의 명령에 슬그머니 무릎을 꿇게 된다.

    천문학자 이태형은 ‘별자리 여행’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별자리를 알고 밤하늘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의 반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의 반은 하늘이고, 하루의 반은 밤이기 때문이다.”

    캄캄한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별빛도 반짝이고 눈빛도 반짝인다. 서로의 반짝임은 어둠을 물리치고 아픔을 어루만져 세상을 아름답게 밝혀준다. 오늘 밤, 당신도 별을 찾아 나서는 여유를 가져보시기를.

    유선철 시조시인(201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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