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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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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 테러, 극단적 진영대결이 낳은 비극

  • 기사입력 : 2024-01-02 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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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새해를 맞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이후 기자회견을 하다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습격을 당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 대표에게 사인을 요구하며 펜을 내밀다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갑자기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목 부위를 공격당한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 정도의 열상을 입은 데 이어 경정맥에 손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피습당할 당시 경찰 40여명이 주변에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이날 배치된 경찰병력은 아직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전담 경호팀이 아닌 주변 경비를 위해 배치된 병력인데다 이 남성이 지지자로 위장한 탓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남성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남성으로 보이는 인물이 지난달 13일 이 대표가 참석한 부산 민주당 행사 때도 현장에 있었던 정황을 파악해 계획범죄 가능성까지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극심한 진영 대립으로 정치 테러가 숱하게 발생했다. 해방 정국에서는 송진우, 여운형, 김구 선생이 차례로 이념 대립에 따른 정치 테러로 숨졌다. 1969년엔 박정희 대통령의 3선개헌 반대 투쟁을 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택 인근에서 초산 테러를 당하는 위기를 겪었고, 1973년엔 유신 반대 운동을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중앙정보부에 의해 공해상으로 납치됐다 구사일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최근엔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았다가 커터칼에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들 사건 모두 극단적인 진영대결 정치가 낳은 비극이다. 여야 정치 지도자는 물론 지지자들이 극단적인 진영대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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