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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남관광, 엉뚱함·새로움·기발함이 필요하다- 김진형(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3-12-12 19: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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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근정전 × 구찌 패션쇼, 벤츠 스마트 × 제레미 스캇, 루이비통 × 슈프림, 곰표 × 밀맥주….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는 동종 또는 이종 간 합작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문화유산에서부터 유명 디자이너, 자동차,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과 마케팅 분야에서는 지금을 ‘콜라보 전성시대’로 부를 정도다.

    초기의 콜라보레이션은 주로 게임과 영화 산업에서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개념으로 시도되었다. 요즘 콜라보된 두 대상 사이에 ‘×’자 표시를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크로스오버했다는 뜻이다. 과거 콘텐츠 산업에서 주로 나타난 콜라보레이션은 현재 사람, 문화예술, 패션, 식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한정판 제품은 금세 ‘품절’될 정도로 파급력이 높아 많은 기업들이 ‘×’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오늘의 대중은 왜 이토록 콜라보레이션에 열광하는가? 그동안 기업이 생산한 그저 평범한 제품에 싫증을 느낀 대중이 콜라보 제품으로부터 제공되는 의외성과 독특성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대중에게 콜라보 제품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엉뚱하지만 새롭고 기발해서 재미있는 경험재(experience goods)라 할 수 있다. 대중은 이 새로운 경험재를 소비하면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콜라보레이션의 성공은 문화영역에도 나타난다. 2015년 3월 패션디자이너 서병문·엄지나와 아이돌그룹 엑소의 합작공연 ‘EXO PLANET #2 -The EXO luXion-’, 2020년 6월 재즈와 경기민요의 합작공연 ‘한국남자’, 2020년 7월 국악그룹 풍류와 세종시교향악단의 합작공연 ‘세종실락(世宗實樂)’ 등 현재 국내에서 수많은 콜라보 공연이 이루어지며, 대중은 그 새로움에 매번 열광한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인플루언서 간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는 그들을 성장시키는 핵심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에 편승한 맹목적인 콜라보레이션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전략은 두 협업대상이 각각 지닌 위상, 강점, 신용의 상호 시너지를 통한 윈윈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콜라보레이션은 공유 가능한 두 인싸(insider)의 동맹이며, 공유 지점이 전혀 없는 두 인싸, 인싸와 아싸(outsider), 아싸들 간의 콜라보는 무의미하다. 미국 스트릿 패션브랜드의 끝판왕 ‘슈프림’과 프랑스 하이엔드 명품 패션브랜드 ‘루이비통’의 콜라보 제품이 매번 절판되는 이유, 이와 달리 접착제와 사탕, 시멘트와 팝콘, 화장품과 비빔면의 콜라보 제품이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관광의 영역에서 경남은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우수자원이 많다. 역사인물자원, 전통공연자원, 역사유적자원이 대표적이다. 이 자원들은 서로가 대등한 위상을 가지며, 문화적 우수성을 이미 인정받았고, 상호 연계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지역자원 간 콜라보인 충무공 이순신 × 남명 조식, 오광대 × 승전무, 선비문화 × 저항문화, 지역자원과 기타 대중문화 간 콜라보인 가야고분군 × 루이비통 패션쇼, 운석충돌구 × 스트레이 키즈 공연, 촉석루 × 경남트롯, 대장경 × 카카오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강한 정체성을 갖춘 경남 문화관광자원과 매력적인 대중문화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연극, 콘서트, 뮤지컬, 연주회, 패션쇼, 굿즈 같은 새롭고 재미있는 콜라보 관광콘텐츠를 상상해보자. 이 의외의 신선한 생각이 실천되었을 때 국내외 관광객은 경남관광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관광객이 곧 대중이며, 관광객의 관광체험 또한 대중문화와 접목되는 순간 대중문화 체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경남관광도 의외의 신선함을 생각하고, 콜라보레이션으로 답해야 할 때다.

    김진형(경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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