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1일 (수)
전체메뉴

[경남시론] 미래와 희망의 등불이 되어야 하는 교육-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 교장총연합회 이사장)

  • 기사입력 : 2023-12-03 19:40:50
  •   

  •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 해는 발전보다 조금은 퇴보했던, 고난의 터널을 지나왔던 시간인 것 같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G2 국가인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각종 기후재난과 전쟁들, AI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의 극단적인 자국 중심주의 경제전쟁은 지구촌의 생존마저도 위협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정치적 이념 대립으로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만 난무하고 있으며, 서이초 사건으로 촉발된 교육도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만 15세 학생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대한민국 학생 행복도는 OECD 국가 48개국 중 47위로 터키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1년 OECD 회원국 자살률 조사에서도 우리나라가 1위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낮은 행복도와 높은 자살률은 초중등교육이 대학입학을 위한 수단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대입을 위한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학습하는 지나친 선행학습, 쉴 틈 없이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 교권 붕괴 등 학교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익숙한 문제점들이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점은 이렇게 수십 년 동안 학교현장이 안고 있던 교육의 심각한 문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혁 의지를 보이는 정부가 없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하나가 교육개혁이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에서부터 110대 국정과제 중 교육 관련 과제가 5개밖에 들어가지 못했고, 지명된 교육부 장관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교육개혁의 동력마저도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주호 장관이 취임하면서 유보통합과 초등 늘봄학교,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핵심 개혁과제로 삼고 다양한 시도는 하고 있지만 이들 과제 대부분도 민감한 쟁점을 안고 있기에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교육의 문제점 대부분은 ‘대입’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8년 대입제도’ 시안은 고등학교 내신 상대평가를 그대로 유지한 채 ‘2022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교육현장에 적용함으로써 계절에 맞지도,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살아가라는 이상한 모습이 되고 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했다. 이 말은 교육은 본질적으로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100년의 미래는 아니더라도 최소 10~20년 앞은 예측하여 학생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도록, 국가와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되는 교육이어야 한다. 특히 챗 GPT와 Bard의 등장으로 한 시대가 통째로 바뀔 수 있는 전환기적 변화의 시간을 살고 있기에 교육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주어진 부흥과 발전의 기회이며, 국가의 미래요 희망인 것이다.

    사람은 현실이 어렵더라도 미래가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는다. 소크라테스가 “시험받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말처럼,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뒤뚱거리는 이 시련이 모두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교육의 대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 실패 없는 인생이 없듯이, 자기에게 주어진 시련을 잘 견디고 이겨냄으로 더 찬란한 행복감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바로 직전의 시간’인 것이다.

    시련은 나에게 온 새로운 기회이다. 기존의 고착화되고 관행적인 습관에 안주하는 사람은 결코 성장할 수 없기에 지금부터 시작하는 작은 변화에서. 작은 결심과 습관이 엄청난 인생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을 보내면서 지난 한 해가 아쉬움과 좌절의 한 해였다면 2024년은 희망의 해가 되어야 한다. 교육이 대한민국 희망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 총연합회 이사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