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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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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돼- 김재경(사회부)

  • 기사입력 : 2023-11-21 08: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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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에게 걸려 오는 전화나 문자가 실제 국제번호였던 터라 범죄를 의심해 보진 못했어요.”

    이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연애 빙자 신용 사기)’ 범죄 피해를 본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로맨스 스캠은 SNS나 메신저로 접근해 친분을 쌓은 후 돈을 뜯어내는 수법을 쓴다.

    프랑스의 유명 항공사 기장이라 소개했던 남성은 실은 국내에 있으면서 해외번호를 만드는 앱 등을 악용해 해외에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사건이 경찰 수사를 통해 최근 드러났다.

    이 남성은 국제번호로 피해자들과 문자·전화를 해오다가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국내 공항에 나타나기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남성이 경찰에 검거된 뒤에도 한 피해자는 “그럴 리가 없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유사 앱을 받아 시험해 봤더니, 단 몇 분 만에 어렵지 않게 국외에 있는 것처럼 해외번호를 만들어 사람들과 통화할 수 있었다.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뒤, 단순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넣고 회원 가입을 마친 뒤 앱을 이용할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해외 국가명과 함께 국제전화로 안내됐으며, 이 때문에 실제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인 것으로 믿었다. 기자는 1300원을 내고 캐나다 퀘벡의 전화번호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는데, 이는 실제 캐나다 퀘벡의 지역번호와 같았다.

    해당 앱에선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10여 개 국가의 번호를 만들 수 있으며, 국가별로 전화나 문자,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앞으로 누군가 해외라며 국제전화가 걸려 오더라도, 이를 증명하긴 어려워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해당 사건을 송치하고 재판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김해중부경찰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청에 제도 개선 사항 등을 보고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등이 전화번호를 조작할 때 ‘변작기’라는 장비를 썼지만, 앱을 악용한 수법의 경우 장비나 시간, 장소 등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모방·진화 범죄가 우려되기 때문에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개선에 서둘러야 한다.

    김재경(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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