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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도 되나- 김현미(정치부)

  • 기사입력 : 2023-11-13 19: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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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였어요.”,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해 나선 겁니다.”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지적을 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아주 잠깐 ‘아, 내가 속뜻도 모르고 나쁜 사람을 만들었구나’ 싶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문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나? 없다. 목적이 옳다고 해도 수단이 그르면 그건 잘못된 거다.

    예전에, 도의회의 공문으로 오해할 만한 형식으로 자신이 쓴 책의 구입처를 안내하는 문서를 전국 지방의회에 보낸 의원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해당 사실을 두고 의회 내외부적으로는 ‘공문서 위조’, ‘의회 위상 추락’ 등 논란이 일었다.

    기사가 나갔을 때 해당 의원은 “국외연수를 다녀온 기록과 정책제언을 엮은 책이다. 의원의 국외연수 제도엔 늘상 외유성 논란이 따르므로, 지방의원들이 국외연수 경험을 도민과 공유하고 정책화하는 풍토를 여타 지방의회에서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책 소개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인세 계약을 하지 않아 경제적 이득이 없으며, 전국 의회로 보낸 우편도 사비를 들였다고 설명했다. 잘못한 게 없다는 소리였다. ‘정치인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이 어떤 손에 잡히는 이득보다 큰 것 아닌가’ 생각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가치를 떠올린다. 근래 도의회에선 한 의원이 지방의회의 운영 방향에 대한 조례를 추진했지만 법률 전문가의 법제 검토에서 ‘부적정’ 판단을 받으며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자, 관련 부서장들을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고성을 지르며 서류 더미를 던진 일이 있었다.

    이 의원은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의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안을 했는데, 처음엔 조례를 만들자더니 나중엔 조례가 어렵다 하니 일을 안 하겠다는 것 같아 흥분했다”고 했다.

    이 사태를 갑질로 볼 것인가 한 교수에게 자문했더니 그 교수는 반문했다. “의회라는 곳이 민의를 대변하는, 어느 기관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해야 하는 곳이다. 지방자치와 의회를 생각하는 의원이 그런 수직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과연 그는 의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볼 수 있냐”고.

    명심할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목적을 달성한다 한들 속 빈 강정이 될 게 뻔하다. 목적만큼 수단은 중요하고,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김현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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