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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역대학발전과 연구개발지원에 대한 고찰- 정필승(인제대학교 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11-07 19: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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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입시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지역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역 대학 위기론, 지역 소멸론 등 수도권 외 지역의 대학과 지역발전의 쇠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을 기준으로, 서울지역과 지방대학 경쟁률 격차도 최근 4년간 가장 큰 격차를 보이면서, 현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반도체를 비롯한 정부의 이공계 인력양성 정책의 영향으로, 과학기술원 경쟁률은 어느 정도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반적인 의약학 계열로의 쏠림 현상과 자연과학 및 공대 기피 현상은 특히 상당수의 지역 사립대학에서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RISE)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하여 지자체 주도로 대학지원체계를 전환함과 동시에, 글로컬30을 통해 지역 대학의 혁신을 도모하고, ‘국가-지역-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 동반 상승’을 비전으로 대대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수요 학과를 신설하는 등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과 더불어, 자율전공학부나 무학과 제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학생들의 자율적인 진로 설계 및 전공 탐색과 선택을 유도하는 등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지역산업체 및 지역 대학들과 연계를 통해 현장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및 대학 특성화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체질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보았을 때 교육 인프라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결과를 얻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학의 기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은 대학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임과 동시에 기초연구의 초석을 다지고 미래 연구자를 양성하는 연구기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근 국회 예산심의에서 이슈였던, 국가연구개발 예산 대폭 삭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학계에서도 높은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재정 정상화에 따른 긴축 재정 상황을 고려하고, 예산분배 및 집행의 비합리성을 해소하거나 연구과제의 가시적인 성과 미흡 등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본 예산 조정은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 연구자 양성이나 새로운 연구 시도를 위축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많이 지적되고 있으며, 특히 영세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다수의 대학 연구실의 경우, 그 여파는 대학원생 연구자 인건비 지급이나, 연구 재료비 부족 문제 등 매우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국가연구지원을 제외한 기업과제의 경우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용역과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에 대한 시도 및 연구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연구개발 예산만이 앞서 언급한 지역문제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새로운 연구와 도전에 대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함과 동시에 기존 연구자 및 미래 과학기술 인재들이 그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주요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2018년 국내 한 포럼에서 “우수연구자와 우수연구성과는 기다림으로 나타나는 후행적 결과”라는 말을 기사를 통해 접한 것이 기억난다. 국내에도 세계적인 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되는 것을 보면, 여기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미래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대한 희망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수많은 연구의 산실이며, 그 기다림의 결과이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 현재 상황에서, 국내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품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필승(인제대학교 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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