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1일 (수)
전체메뉴

[경남시론] 버스터미널의 쇠퇴와 지역의 상권- 조정우(경남대학교사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10-29 19:36:46
  •   

  • 작년 말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터미널 측에서는 1년 휴업 후 추후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남과 같이 거주인구와 유동 인구 모두가 풍부한 수도권 대도시에서 더 이상 버스터미널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규모가 더 작은 지방도시들에는 큰 충격을 주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전 구간 개통을 계기로 고속도로 시대가 개막되면서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은 전국 각 도시의 중심 시설로 자리 잡았다. 부울경에서도 지역권역 내 대중교통에서는 버스 이용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진주-마산-창원-부산의 경우, 철도는 삼랑진을 기점으로 크게 우회해야 하는 데 비해, 도로는 남해고속도로와 구포대교를 이용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 역시 동해남부선 철도보다는 잘 닦여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했다. 물론 현재 동남권의 철도망이 대폭 확충되고 있어 앞으로 철도가 중심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철도망 확충과는 별개로 이미 버스터미널의 쇠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은 2019년에 기존 민간 운영사가 손을 떼고 철수해 버려 현재 부산시설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부채납 기한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민간 운영사가 더 이상 터미널의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기간 연장을 원하지 않았고 또 새로운 운영사를 구할 수 없었던 탓에 시설공단이 떠맡게 되었다고 한다. 제2도시인 부산과 수도권의 중심도시인 성남이 이러하다면 다른 도시들의 터미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터미널의 쇠퇴는 무엇보다 KTX를 중심으로 한 철도망의 확장과 자가용 승용차의 일반화로 고속·시외버스 이용객 자체가 감소했다는 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요인은 터미널의 상권이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고속·시외버스를 탈 때 현장 매표소에서 종이 승차권을 구매하는 것은 대체로 장년·노년층에 한정되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 익숙한 연령층에서는 앱을 이용해 손쉽게 디지털로 된 티켓을 끊고 있다. 이 승차권 앱은 실시간으로 빈 좌석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쉽게 예매와 변경·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터미널에 도착할 시간과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을 견주어 거의 딱 맞게 티켓을 끊는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빨리 탑승할 수 있는 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승객들이 터미널에 체류하는 시간 자체가 크게 짧아져 버렸다. 승객들이 터미널 내외의 시설을 별로 이용하지 않고 그저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료만 사고 바로 탑승구로 나가 버리기 때문에 터미널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 대합실이나 식당, 커피숍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객들로 북적이는 터미널의 풍경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는 터미널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긴 하겠지만 지방 중소규모의 도시들은 이미 텅 비어가고 있는 터미널의 모습을 눈으로 목도하고 있다. 상권이 붕괴하여 터미널 운영이 어렵게 되면 터미널은 단순히 승하차만 하는 정류소로 축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버스 이용객들의 편의성은 더 떨어질 것이고 이는 다시 버스 승객의 감소로 이어져 종국에는 노선이 폐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터미널이 지역 상권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에는 터미널의 쇠퇴는 주변 상권 전체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고속·시외버스는 비록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이용객을 보유하고 있는 필수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다각도로 터미널 재활성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조정우(경남대학교사회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