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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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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9-12 19: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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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끗희끗 벗겨진 소파, 10년 넘게 신어서 굽을 몇 차례 바꾼 신발, 결혼 때 맞춘 양복…. 평소 개인적으로 아끼는 물건입니다. 신이나 옷은 동일 용도에 맞춰 새로 산 것도 더러 있지만 오래된 물건은 내 삶의 일부인 데다 역사까지 담겨 있는 것 같아 쉽게 처분하지 못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상당수는 부분적으로 이런 특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착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핸드폰, 자동차 등 그 대상은 확장됩니다. 그렇게 생명이 없는 물건조차 오래 사용하고 곁에 두다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애정으로 ‘무생물의 생명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애장품은 그래서 쉽게 손에서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오래된 것, 낡은 것은 내 삶의 일부이며 나의 역사입니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인 디드로(Diderot)는 어느 날 고급 실내복을 선물로 받고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주변의 모든 것이 촌스럽게 느껴져 실내복에 맞게 낡은 것들을 하나씩 새것으로 바꿨답니다. 나중에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라는 에세이에 실었다고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자 줄리엣 쇼(Juliet Schor)가 저서 ‘과소비 미국’에서 어떤 물건을 소유하면 이에 맞춰 관련된 다른 물건들까지 다 갖추려는 경향을 ‘디드로 효과’라고 정의했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갈 때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하고, 그 수준에 맞는 옷과 구두, 자동차까지 맞추는 것, 그것이 디드로 효과가 정의한 삶의 방식입니다. 내 가족까지 촌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잘난 아들에게 외면당하는 부모처럼. 곧 추석이 다가옵니다. 한가위는 디드로 효과에 지배당하지 않는 반(反)디드로 효과의 삶으로 더 알뜰하고 더 풍성했으면 합니다. 인생은 책과 같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소중하지 않은 페이지는 없습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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