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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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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국판 나사(NASA)’를 향한 멀고도 험한 길-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9-05 19: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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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는 이제 달에 섰습니다(India is now on the Moon).”

    지난달 23일 인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랴안 3호’가 인류 최초로 달 남극 부분에 착륙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감격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00달러에 불과한 국가가 이룬 성과다. 인도는 1962년 설립한 국가우주연구위원회를 1969년 우주연구기구(ISRO)로 이름을 바꾸며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어촌의 작은 성당이 첫 우주기지였다. 기도실은 연구실로, 사제의 방은 설계 제도실이 됐다. 자전거로 부품을 실어다 조립해 로켓을 발사했고, 통신위성의 안테나 범위 테스트는 소달구지를 이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32년까지 무인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켜 자원 채굴을 시작하겠다는 ‘미래 우주경제로드맵’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며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천 우주항공청(KASA)의 연내 개청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 국가 미래의 발목을 잡았다. 성난 민심은 여의도를 겨냥했다.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빗속에 서울 민주당사 앞에서 울분을 토했다. 이달 3일에는 우주항공청 예정지인 사천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4일 민주당 경남도당의 동참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을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기고도 한 달여 파행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요구대로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여부를 추석 연휴 전까지 결론 내기로 했다. 법안 논의 준비에만 5개월이 걸린 셈이다.

    한데 조 의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있는 대전 유성구갑 지역구 출신이다. 사천 우주항공청 설립이 사실상 항우연을 해체하는 것이라는 노조는 조승래 법안에 힘을 싣는다. 조승래 대표발의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사천 우주항공청’이 아니라 ‘대전 우주전략본부’ 얘기가 나올 개연성이 농후하다. 조승래는 경남도민 항의에 노골적 불만을 담은 성명을 냈다. 그는 “경남 지역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당 비난 집회가 열리고, 제대로 된 기관을 만들기 위한 생산적 논의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거짓 선동이 지역 갈등을 일으키고, 지역 갈등이 논의를 가로막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우주항공청 지연과 갈등 유발 책임이 국민의힘과 경남도민에게 있다는 얘기다. 안건조정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야 이견으로 특별법안의 이달 중 통과가 불발되면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은 결코 쉽지 않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법안 처리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늦춰질지도 모른다.

    만약 연내 ‘사천 우주항공청’이 무산된다면 경남 정치권은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으로 지역까지 지정했는데도 유치에 실패한 여당은 민의의 대표 자격이 없다. 당 소속 의원이 딴지를 걸어도 입 다문 민주당 또한 책임의 중심에 있다. “경남 발전에 여야가 어디 있나”는 말은 형식적 수사(修辭)로 드러났다. 남 일인 양 뒷짐 진 채 선한 낯빛으로 포장한 두 얼굴을 도민은 보고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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