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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혁신 기술과 합리적 수용성이 절실한 시기-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3-08-06 19: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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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뉴욕증시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Big tech)기업 애플(Apple Inc.)이 최근 시가총액 기준으로 3조달러를 넘어섰다. 3조달러는 G7 국가인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약 2조9234억달러)을 앞선 세계 7위 경제대국의 GDP에 해당하고, 한국 GDP(약 1조7219억달러)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알파벳(Alphabet Inc.)도 한국의 GDP를 웃도는 IT 플랫폼 기반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이다. 기업의 시가총액은 시장의 반응과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어서 어느 특정 국가의 국내총생산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빅테크 기업의 위력과 이들이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1976년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의해 창고에서 창업한 애플이 불과 47년 만에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창출한 것은 창의성에 기반한 와해성 혁신 기술과 그런 혁신 기술을 맘껏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일본이 반도체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일본은 미·중 패권 전쟁에 따른 공급망의 변화로 중국에서 이탈하는 글로벌 투자자본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과 세계 굴지의 반도체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급속도로 일본 현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규로 건설하거나 확충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IBM과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2나노미터급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일본의 ‘라피더스’ 반도체회사에 전수하고 2027년까지 양산을 목표로 공동개발을 수행하기로 합의한 사항은 예사롭지만은 않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1980년대 중반까지 당시 반도체 산업의 선두 주자인 인텔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나라가 아니던가. 비록 반도체 반덤핑 제소 및 플라자합의 등 미국의 견제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 반도체 선두 자리를 내주며 ‘잃어버린 30년’이라는 혹독한 경제 불황을 겪었지만 일본은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장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이런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선도국가로 거듭나 과거의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는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기술을 적용한 삼성이 2025년부터 2나노미터급 반도체 칩을 양산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를 맹추격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삼성이 구체적인 2나노미터급 반도체 양산 계획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제적으로 2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TSMC는 물론, 암묵적으로 미국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는 일본에도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과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반도체 없는 한국 경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고 핵심 성장 엔진이다. 작금과 같이 합종연횡 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초격차 기술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정부와 삼성은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2026년 말에 착공한다고 밝혔다. 2042년까지 약 3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파운드리,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반도체 종합클러스터 조성사업으로 엄청난 규모의 공업용수와 원전 7기에 해당하는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애플이 혁신 기술을 맘껏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 위에서 출현했듯이 규제와 집단이기주의를 초월한 합리적 수용성을 기대해 본다.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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