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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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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이젠, 네거티브 엔트로피를-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3-07-30 19: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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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변한다. 젊은이는 언젠가 늙고, 뜨겁던 사랑은 차갑게 식고, 아름다운 꽃은 금세 시들고, 연둣빛 이파리는 낙엽이 된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다. 이게 바로 열역학 제2법칙. 무질서, 혼돈, 와해, 부패의 경향인 엔트로피가 늘었기 때문이다. 외부와 고립된 닫힌 시스템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엔트로피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건 망가지고 오염되고 일그러지다 결국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유기체가 계속 생존하거나 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건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에너지를 계속 유입하는 열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네거티브 엔트로피를 생성해야만 한다. 평형상태만 고집하면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평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창조적 파괴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사소한 실수를 감추거나 편법으로 처리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실수와 실패를 창조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는 건전한 환류가 가능할 때 유기체로 계속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균형 유지에만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오히려 패러독스를 조장하여 ‘요동을 통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외부 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다양한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이 유기체의 생명력을 좌우한다. 홀로 고립된 채 현실에 안주하는 건 파멸의 지름길이다. 열린 세계에서 환경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여 성장과 번영을 도모하는 건 조직과 인간의 공통 과업이다. 엔트로피를 줄이려는 생존의 몸부림, 바로 자기조직화와 노마디즘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않는다.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소극적 자세를 넘어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선제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킨다. 자기조직화로 스스로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조직은 열린 상태로 환경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한다. 새로운 인적자원과 정보를 계속 유입하는 한편 쓸모가 없는 무질서한 엔트로피는 적절하게 배출한다. 엄격한 통제와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 우연한 변이의 가능성을 통해 창조적 발견을 유도한다. 전체의 통합성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자율에 기반한 과감한 혁신을 기대한다.

    노마드는 라틴어로 유목민이다. 몽골이나 사하라 사막에서 물과 풀을 따라 가축과 함께 옮겨 다니는 그 유목민을 말한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사용한 노마디즘에서 유래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제한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는다.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고,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창조적 행위를 지향한다. 한마디로 자유롭고 창조적인 인간이다.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는 휘청거렸지만 푸른 희망이 넘실댔던 그 시절. 헤드헌터가 불쑥 던진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거침없게 쏟아낸 답변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번진다.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는?” “칭기즈칸. 그는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라는 신념으로 현실 안주를 철저하게 배격하여 결국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했다. 그처럼 쉼 없이 도전하고 머뭇거림 없이 혁신하겠다.”

    흐르는 시간 속에 젊음은 사라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여전히 마음은 푸르고 가슴은 붉다. 한 번뿐인 삶을 다양한 무늬와 화려한 색깔로 물들이고 싶다는 소망은 유효하다. 열린 마음과 새로운 눈으로 낯선 세상과 허물없이 어울려야 한다. 본 만큼 알고, 느끼고, 행동한다. 그리고 딱 그만큼만 변한다. 더 늦기 전에 네거티브 엔트로피를 찾아야 한다. 노마드 정신으로 무장한 채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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