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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한 우리의 자세- 신현열(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7-25 1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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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특정 국가의 생산 차질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핵심산업에 대한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주요 산업의 원료, 부품, 완제품, 판매에 이르는 공급 사슬을 자국 내에서 거의 완결함으로써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지난해 이후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2022년 8월 발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2022년 8월 발효),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s Act, 2023년 3월 초안 발표) 등이 자국우선주의 산업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바야흐로 지난 30여년 동안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세계화 추세가 퇴조하고 각자도생의 분절화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주요국 산업 정책은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에 집중되어 있다. 팬데믹 이후 더욱 뚜렷해진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정책 기조와 밀접히 관련된 이들 산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산업의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IRA는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전기차 생산 업체의 미국지역으로의 공장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이차전지와 관련하여 미국의 IRA와 유럽의 CRMA는 모두 역내에서 가공된 소재를 일정한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역내 자급률 상승을 도모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은 자국 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노력은 핵심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

    미국의 IRA는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핵심광물을 사용한 이차전지의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럽의 CRMA도 이차전지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원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이차전지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세액 공제를 수혜받은 반도체 생산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산업정책을 통한 주요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자국의 생산 및 고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로 인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저해되어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국내 및 해외 투자 환경에도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보면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전 세계를 통틀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국산 반도체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이차전지는 IRA의 부품 요건이 현재 공정하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CRMA도 역외기업에 대한 차별 조항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 등 서방의 중국 견제 전략에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이들 산업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 기술의 수출 금지를 예고한 가운데 금년 8월부터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의 주요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희토류 수입의 중국 의존도가 91.2%(2021년 기준)에 달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 안보를 위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공급망 기본법’의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신현열(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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