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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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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백조의 호수’ 그 비밀- 이수정(창원대학교 명예교수·철학자)

  • 기사입력 : 2023-07-23 19: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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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미국의 한 매체에서 발표한 2023년 세계 각국의 국력 순위를 보면 우리 한국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보다 더 위다. 아마 많은 국민들이 자랑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1940년대 후반 해방 직후, 그리고 우리 세대가 아직 어렸던 1950~60년대와 비교해보면 상전벽해 같은 격세지감을 지울 수 없다.

    여러 어려움이 우리 코앞에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그 변화-발전은 지속되고 있다. 마치 우아한 백조 한 마리가 유유히 멋지게 호수를 유영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한류의 세계적 붐이 그 멋에 멋을 더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그 아름다운 호수, 그 우아한 백조의 유영, 그 멋진 장면에서, 실은 부지런히 물을 젓고 있는 수면 하의 두 발이 있다는 것을. 그 분주한 움직임을. 관련된 졸시를 한 편 소개한다.

    〈백조의 호수〉//백조의 호수가 아름다운 것은/ 백조와 호수/ 때문만은 아니다//호반의 숲/ 숲속의 나무, 새, 온갖 풀꽃들/ 산들바람, 신선한 공기, 투명한 하늘/ 때문만도 아니다// 은빛 수면 하/ 호수를 이루는 억조의 물방울들/ 그리고/ 열심히 물을 젓는 백조의/ 두 발들//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저 고요한 것들!

    그렇다. 눈에 보이는 성과·결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가 반드시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런 수고를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세계 6위의 국력이란, 우리의 조그만 덩치를 생각해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거의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적이 어떻게 해서 가능했을까.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국가의 방향타를 잡은 정치 지도자의 역량이다. 입장에 따라 의견은 갈리겠지만 역대 대통령들 총리들 장관들, 특히 박정희-김종필과 김대중-김영삼의 공적은 압도적이다. 그들이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거대한 성과를 이룩했다. 그 밖의 인물들도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가볍게 평가될 수 없다. 좌우불문이다. 물론 치명적인 결점을 가진, 없는 편이 나았을 지도자들도 없지는 않다. 그 점에 대해서는 공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 건국대통령 이승만도 포함해서다. ‘무조건 아니다’ ‘전부 아니다’는 성립될 수 없다. 그들의 수고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둘째는 말할 것도 없다. 억조창생 국민의 피땀이다. 아니 눈물·한숨도 있다. 그게 백조의 그 발질들이다. 그게 한국이라는 멋진 백조의 우아한 유영을 비로소 가능케 했다. 우리는 그 최초의 발질들을 기억한다. 조선시대에 태어나 망국의 설움을 겪고 36년에 걸친 식민지시대에 서럽고 구차하고 모욕적인 노예적 삶을 살고 해방 후 저 터무니없는 남북전쟁에서 수도 없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그렇게 살아남아 4·19, 5·16의 혼란을 헤쳐 온 우리의 부모님들 세대다. 그 엄청난 고난과 수고를 잊는다면 그건 거의 죄악이다. 역사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또 그다음이 있다. 바로 우리 세대다. 1940~50년대생 세대다. 우리는 아직도 저 50년대의 가난을 기억하고 있다. 필리핀보다도 못살았던 시대다. 그런 시대를 통과하며 우리는 죽도록 공부하고 죽도록 일했다. 그런 애씀이 이 세계 6위라는 결과에 기여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벽돌들을 빼버린다면 세계 6위의 한국이라는 성은 한순간에 붕괴되고 말리라.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부한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여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이젠 세계 6위가 아니라 세계 1위를 향해 내달려야 한다. 질적으로 승부를 걸어 질적인 고급국가를 만들어 나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다. 다음 세대, 젊은 세대의 분투노력을 기대하고 기원한다. 부탁한다. 세계 1위다.

    이수정(창원대학교 명예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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