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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백신 콘텐츠로 정신적 팬데믹에 맞서야- 이진로(영산대학교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3-07-16 19: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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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Pandemic)은 전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그리스어에서 모두(pan)가 감염된다(demic)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으킨 질병은 신체적 건강을 크게 위협했다. 하지만 백신 개발과 보급으로 다행히 극복 중이다. 그런데 수많은 미디어가 쏟아내는 엄청난 정보 속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의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불법유해 정보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범죄의 상세한 내용과 잔인한 장면, 타인을 비난하고 피해를 초래하는 등 마치 바이러스 같은 정보는 개인과 사회의 정신적·신체적 질병을 가져온다.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면 개인과 사회의 정신이 황폐화된다. 심리적 혼란이 지나치면 정신적 팬데믹이 우려된다. 인포데믹(infodemic)은 잘못된 정보로 초래된 팬데믹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처럼 미디어의 난립과 정보의 홍수 속에 정신적 팬데믹의 위험이 커졌다. 언뜻 생소해 보이는 정신적 팬데믹의 이해를 위해 먼저 육체적 건강에 피해를 준 코로나19 팬데믹의 개요를 살펴보자.

    2019년 말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백신 개발에 신속하게 들어갔다. 백신은 비활성화된 또는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 유기체를 인체에 주입해 질병 발생 시 침입자를 인식하고 항체를 생산하도록 한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가벼운 증상의 균으로 천연두(smallpox)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했다. 백신 개발은 일반적으로 설계와 시험과정에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과학자, 제약사, 의료기관 등이 긴밀하게 협력했다. 다행히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모더나와 화이자 등의 백신이 개발·보급됐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등록인구 86.7%가 접종을 마쳤기에 대규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그래도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백신 접종자의 감염 사례가 발생한다. 하지만 면역력의 형성으로 감염되어도 증상이 약하거나 극복과 치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정신적 팬데믹에 대한 논의는 캐나다의 학자 마샬 매클루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1964)’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시대별로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와 기술의 영향을 사회라는 몸에 소독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받는 집단적 외과수술로 비유한다. 이런 엄청난 변화를 견디는 면역성 획득은 미술과 문학 등 예술을 통해서 얻어진다. 오늘날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동영상 콘텐츠가 대표적인 유형이다. 백신 콘텐츠는 사실과 허구의 창작·편집으로 현재의 급격한 변화와 미래의 전망을 포착하여 담아낸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건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 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도움을 준다. 콘텐츠 백신에 담긴 진실과 지혜가 시청자에게 면역력을 갖추게 한 것이다. 그 효과는 미디어와 기술의 충격에 희생 당하지 않고 살아남고,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이른바 물 백신과 오염된 백신처럼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좋은 백신 역할을 수행하는 콘텐츠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대안은 무엇인가? 세 가지다. 먼저 건강한 콘텐츠를 창조하는 예술가에 주목하는 것이다. 창조적 예술가는 현실을 통찰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와 충격, 폭력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자각하는 통합적 정신의 소유자다. 다음에 정부가 우수한 백신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정신적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 규모를 감안하기 바란다. 끝으로 시민의 백신 콘텐츠 선택 역량과 문화를 키워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 불법유해 정보를 멀리하고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될 양질의 콘텐츠를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는 시민에게 달려 있다.

    이진로(영산대학교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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