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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레저형 자전거 도로에서 생활형 자전거 도로로- 조정우(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7-09 19: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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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가를 즐기는 방식에도 유행이 있지만, 한번 유행을 타고 나면 여가를 넘어 일상의 문화로 자리를 잡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유행한 여가로는 자전거 라이딩과 캠핑을 꼽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서핑이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전거 라이딩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부속 사업으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중심으로 주요 강·하천 연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면서 그 물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자전거 도로가 일부 개설되어 있었지만 종주가 가능할 정도로 확충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인프라가 구축되자 자전거 라이딩에 대한 잠재적인 욕구가 현실화되었다. 또 동시에 자전거 및 부속 장비의 생산과 판매가 급신장하여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고가 자전거가 온오프 매장에서 심심치 않게 팔려나가고, 전용 의류와 장비를 갖춘 라이더들이 질주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까지 가세하여 자전거 라이딩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한 사람들의 일차 목표는 국토 종주이다. 특히 한강에서부터 시작하여 경북의 낙동강 상류 지역으로 내려와 경남의 창녕·삼랑진·양산을 거쳐 부산의 낙동강 하구언 종점에 도착하여 인증샷을 찍는 것은 라이더들의 목표이자 꿈이다. 그래서 라이딩 시즌이 되면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에는 종주 인증도장을 찍는 라이더들로 북적이고, 남지와 삼랑진의 식당들은 자전거 거치대까지 따로 마련해 두고 허기와 갈증을 해결하려는 라이더들에게 식사와 음료를 판매한다.

    레저로서 자전거 라이딩의 유행이 자전거 인구의 확산과 산업의 확대를 자극하자 예전보다 부쩍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각 지자체에서도 공유자전거 정책을 활성화하고, 또 민간업체들도 자전거는 물론이고 전동킥보드까지 도입하여 가세함으로써 이제 개인용 이동장치는 교통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렇게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소형 교통수단의 보급은 편의성과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환경·기후문제 대응이라는 사회적 이익까지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활형 이동 수단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교통 시스템은 자동차의 속도 유지를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탓에 자전거 등 개인 이동장치의 이용에는 위험과 어려움이 따른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생산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에서는 정부의 공유자전거 정책에 호응하여 대당 약 100만 원에 이르는 자전거를 공유자전거로 출시하였다고 한다. 공유자전거는 무겁고 질이 떨어진다는 일반의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품질 좋은 공유자전거를 타본 사람들은 계속 공유자전거를 이용하게 되며, 이렇게 공유자전거 이용 인구가 늘어가면 정부는 자전거 인프라 확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가 자전거 수요의 확대, 즉 자전거 판매의 신장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을 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러한 역발상이 아닐까. 자동차와 자전거는 서로 상충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전거 인프라의 확대는 자동차 이용 수요를 감소시켜 교통 전반의 속도를 오히려 올릴 수 있다는 발상 말이다. 근래 자전거 이용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었지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강변·하천변에 치중되어 있는 탓에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인근 울산광역시가 대대적으로 자전거 인프라 투자를 감행하여 울산은 자동차 도시이면서 자전거 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경상남도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길 바란다.

    조정우(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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