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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중증의료와 상급종합병원의 책무- 윤권하(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7-03 19: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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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지역에서 중증환자를 직접 진료하는의료인으로서, 국민건강공단의 2021년 건강보험통계를 참조하여 경남지역의 의료현안에 대해 짧은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경남지역의 의사인력은 인구 10만명당 248명으로 전국평균에 비해 12% 정도 낮은 수준이다. 지역환자의 관내 요양기관 비용비율은 76.9%로 전국 평균 77.3%에 약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의사수는 부족하지만 일반 경증환자나 만성관리대상 환자는 관내 요양기관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환자나 중증환자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예컨대 응급질환인 심장의 관상동맥 카테터 삽입술의 경우 41%만이 지역내에서 시행되었고 약 60%는 타지역에서 시술을 받았다. 암환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유방암을 치료하는 유방 절제술의 21.5%만이 지역내에서 시행이 되었을 뿐 78.5%는 타지역에서 시행이 되었으며, 간암 치료술인 부분절제술도 34.7%만이 지역내에서 이루어졌다. 최근 주요 중증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국제적으로 표준화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환자들이 역외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는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인력·시설·장비, 진료, 교육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진료권역별로 45개 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였고, 이 중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지역에는 삼성창원병원이 유일하다. 위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과 심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 의료질 평가에서 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수준이 국제적 표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60~80%가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중증환자나 암 등 난치성환자의 역외 유출은 사회경제적 손실이 대단히 크다. 경남에서는 연간 신규 중증 암환자 등록수가 약 2만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중 60% 이상이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실에서 의료비용과 의료외 비용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을 의료자족도시로 만드는 것은 살기 좋은 도시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지역에 있는 우수한 의료진의 유출과 젊은 의사의 열악한 연구 및 교육여건과 맞물려 더 많은 환자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을 단절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내의 상급종합병원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기술을 확보하고 신의료기술에 대한 연구와 젊은 의사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위급한 상황의 중증응급질환 및 고령화시대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암 및 난치성 질환에 대해 최선의 진료를 수행하는 역량있는 기관으로서 지역의 의료를 책임지는 의지를 공고하게 가져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우리 지역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인식을 확고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민을 위해 존재하는 필수기관으로서 위급상황에서 본인과 친척, 이웃의 생명을 지켜줄 기관으로서 애정을 가져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내의 의료기관,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생명을 직접 다루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가진 사회적 기반이라는 인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의료기관과 주민, 지자체는 한 공동체로서 선진적인 의료혜택을 누리는 살기 좋은 지역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윤권하(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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