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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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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 심는 계절, 새벽을 여는 농촌농협의 일상- 고하나(창원대산농협 우암지점 계장)

  • 기사입력 : 2023-06-29 19: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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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과 6월, 사람들에겐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현충일 등 휴일이 가득한 즐거운 나날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지역민 다수가 농민인 창원대산농협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가 느끼기에는 ‘모내기 철에는 아궁이 앞 부지깽이도 뛴다’는 옛말처럼 5~6월은 하루하루 농민들의 수고스러움이 가득한 달이다.

    4월부터 농민과 농협은 볍씨를 준비하고 모를 기르며 땀과 시간을 여기에 쏟는다. 이뿐만 아니라 고추를 비롯해 파파야, 참외, 수박, 당근 등을 수확하는 시기로 눈코 뜰 새 없는 달임에 틀림없다. 본격적인 영농철에 들어가는 5월 모내기 철 농번기에는 이른 새벽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논에 물을 대고 논에 하나하나 모가 채워지듯 농민들의 수고로움과 그들의 바람이 논에 심어진다.

    소만(小滿)이라고 했던가. 소만은 여름을 알리는 계절.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해 가득 찬다(滿)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소망(所望)이란 단어와 비슷한 소만(小滿)은 모내기 철이라도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다.

    농민들이 한 해 소망을 가지고 씨를 뿌리고 열매를 기다리는 그러한 시기. 만물이 생장하는 계절이자 일 년 중 제일 바쁜 계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농민들의 고충과 고민은 쌓여만 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이었다. 실제로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10년 동안 전년 대비 평균 1.8%씩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쌀 소비량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쌀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쌀 소비량뿐 아니라 쌀값 역시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산지 쌀값은 20㎏ 기준 4만725원으로, 산지 쌀값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7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2022년 쌀 농업 순수익은 전년 대비 36.8% 하락했다고 하니 농민들의 힘듦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란 옛말이 있다. 5월에 부지런히 농사일을 하면 8월에는 편한 신세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경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쌀값을 생각한다면 8월 신선은 되지 못할 것 같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국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양곡 정책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농민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하루하루 씨를 뿌리듯 본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농민들에게 이 글이 심심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모 심는 계절이 단순히 휴일이 많은 계절이 아닌 농민들의 노곤함이 묻어 있는 계절임을 기억해 주길.

    고하나(창원대산농협 우암지점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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