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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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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비자 창원, 건강한 시민- 박순연(창원시민)

  • 기사입력 : 2023-05-02 19: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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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까지는 주말 등산을 즐겼다. 힘들기는 하지만 중간중간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 사람의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귀여운 새들,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올라올 때 몰아치던 숨막힘을 잊게 한다. 그런데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아 MRI 촬영을 하고 검진을 하니 관절염이었다. 그 후 좋아하던 등산은 걷기로 대체했다.

    걷는 것도 좋았다. 근처 학교 운동장,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가로수길, 창원시 보건소에서 발간한 ‘우리 동네 걷기 좋은 길’을 찾아다니며 걸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엄지발가락 뼈가 튀어나와 신발에 닿으면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왔다.

    2년 정도 운동을 하지 않으니 각종 염증과 질병이 생기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진해루에서 창원시 누비자 자전거 1일 이용권으로 해변을 누볐다. 간조 시간이 되니 해변은 모래사장이 드러나고, 바닷물은 햇볕에 반짝였다. 갈매기들은 무리로 모여들어 노닐고 어떤 무리들은 물속 자맥질을 했다. 그 풍경을 자전거 타고 그냥 스치기엔 아쉬워 자전거를 세워두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40분 넘게 탔다. 집에 돌아와 무릎 상태를 살폈다. 괜찮았다. 자전거 타기는 안장 높이와 자세가 중요하다. 이제 마산 해양누리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보자. 1년 치 회원을 가입했다. 아침 5시에 기상해서 스트레칭 30분, 집안일을 마치고 해양누리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은 자전거를 타도 무릎에 무리 가지 않게 평탄한 길로 이어져 있다.

    두산아파트 앞에서 경남지방청사까지 자전거길이 펼쳐져 있다. 이른 아침에는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있다. 걷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숨을 휘몰아치며 달리는 사람에게는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다.

    내 옆을 쌩하니 스치는 젊은이는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며 ‘샤~ 샤~’ 바람을 가르는 소리 경쾌하다.

    아직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그들은 그렇게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연령층이 다양한데 연세 많으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 그분들은 분명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탁 트인 해변 멀리에는 산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따스한 햇살이 올라온다. 반대편에는 아직 초승달이 떠 있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힘차게 페달을 밟아 보아야겠다.

    자산동에서 여기까지 자동차를 타고 와서 연료비가 들긴 하지만 늘어났던 병원비보다는 적게 들 것 같다. 오늘은 일찍 출근해야 될 사정이라 자전거를 타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미 자전거에 마법이 걸려 버렸다. 머리 감는 건 건너뛰고 마음을 바꾸어 자전거 타기로 하고 어느새 대문 밖을 나서고 있다.

    박순연(창원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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