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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의 의의와 기대- 김일태(2023 세계방정환학술대회 공동조직위원장·시인)

  • 기사입력 : 2023-04-26 20: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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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도하여 어린이날을 만든 지 100년이 되는 해였으며, 올해 2023년은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방정환 선생은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하고 1주년이 되던 1923년 5월 1일, ‘어린이 해방 선언문’을 만들어 배포했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어린이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대단한 것은 선전문의 내용이다. 요약하면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하고,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에게 무·유상의 노동을 폐지하고,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에서 배려를 하라.’ 이다.

    이 선전문을 ‘어린이 해방 선언문’으로 지정하고, 올해를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으로 꼽는 이유는 어린이 인권해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정희 방정환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이 선언문은 1924년 국제연맹에 의해 채택된 ‘어린이 권리 선언’보다 1년 앞서 ‘어린이 해방’을 선언했다는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윤리적 억압으로부터 해방, 경제적 억압으로부터 해방, 어린이들의 배우고 놀 수 있는 권리를 담고 있는 이 선언문은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초점이 맞춰있는 제네바 선언에 진일보하여 ‘어린이는 온전히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고 있다. 아동문학가이자 어린이 문화운동가인 이주영 선생은 ‘1923년 5월 1일은 우리 겨레 근현대 역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는 일 가운데 하나로 어린이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선언하였으며, 어린이가 스스로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어른들이 다짐한 날’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의 어린이 인권 존중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최근 우리나라는 어린이 학대와 폭력 등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과는 동떨어진 일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출산율 1명 미만으로 인류역사상 최악의 저출산 국가에다가 OECD 회원국 중 어린이 행복 지수가 매년 꼴찌 수준이다. 이것이 출산율 꼴찌, 인구절벽과 무관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저출산 정책 기조를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전환하겠다고 그럴싸한 선언을 하고 있다. 이른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표방한 ‘어린이 친화 도시’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창원과 김해를 비롯한 경남의 여러 지자체가 앞다투어 ‘어린이 친화 도시’를 선언했다. 어린이의 동심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필자로서는 이 선언이 참 반갑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이 전시효과만 노리는 구호나 정치적인 쇼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선언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정책이나 사업 예산 수반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 해방선언 100주년이 되는 올해 진정으로 미래세대인 우리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진정한 어린이 친화 도시일지 깊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김일태(2023 세계방정환학술대회 공동조직위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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