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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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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류이치 사카모토의 세 가지 질문- 이슬기(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4-06 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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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쉴 틈 없이 본다. 고개를 박고 끊임없이 손가락을 놀려 화면을 오르내린다. 몇 번의 터치로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중계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콘텐츠를 훑는다. 지식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다. 한눈에 요약된 정보들도, 직접 가지 않아도 분위기를 알 만큼 현장을 유려하게 담아낸 영상들도 수두룩하다. 이래서 SNS만 들여다봐도 세상을 좀 아는 기분이 든다.

    ▼영화음악으로 유명했던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됐다. 그의 음악을 즐겨 듣진 않아, 국내에서도 전시를 열 만큼 유명하고 인정받는 음악인이라는 것 정도가 아는 전부였다.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 사후에야 그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선사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창의적인 작업물을 내놓았던 그는 지난해 한겨레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식이 과거의 집적이기에, 독창성은 없다”며 지식과 독창성을 구분지었다. 인터뷰를 계속 읽어 내려가는 중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SNS에서 보고 들은 최신 소식 몇 단어 아는 것을 최신 정보와 지식을 섭렵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했고, SNS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처럼 포장해온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도둑이 제 발 저렸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독창성이 자기 안에 있다고 했다. 나의 것을 만들려면,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을 볼 것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창성에 관한 이 철학은 음악을, 기사를, 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태도를 좋아했는지 이해됐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했다는 질문 세 가지를 나누는 것으로 그를 추모한다. ‘이러면 되는 것일까?’ ‘다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인가?’.

    이슬기(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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