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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이달균·김경복올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엔 200여 편 작품이 투고돼 평년 수준을 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시조 형식을 준수하면서 그 형식 안에서 자유롭고 탄력적인 언어 활용, 동시대적 삶의 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정하자는 선정기준을 가지고 심사를 보았다.
그 결과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4편이었다. ‘간절곶’, ‘코로나 시대의 사랑’, ‘보청기’, ‘수도꼭지를 틀다’ 등이 그것이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어느 것이나 당선작으로 밀어도 좋을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한 작품들이었다.
먼저 ‘간절곶’은 시조의 형식적 제약을 세련된 언어적 표현으로 매우 탄력적으로 펼치고 있고 현대 도시인의 고독한 내면 심경을 잘 드러내줘 주목을 받았으나, 그러한 것들이 지금 시조 문단에서 많이 보이는 상투적인 발상과 표현에 가깝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시조 형식으로 동시대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잘 표현하고 있는 점이 매우 높게 평가됐으나 너무 시조로서 형식에 집착하는 듯한 갑갑함이 느껴졌고, 언어적 탄력감을 높이고자 하는 표현이 되려 유희적인 것으로 느껴져 감동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보청기’는 청각 장애와 관련된 보청기의 특성을 아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잘 포착하여 표현해내고 있는 점이 탁월하게 다가왔으나 대상의 인식에서 깊은 주제의식이 없는 점, 시조 형식 안에서 보여주어야 할 언어적 탄력감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수도꼭지를 틀다’는 무엇보다 수도꼭지라는 대상의 특성을 통해 삶과 존재의 한 현상을 예리하고도 참신하게 포착해내고 있고, 시대정신이라 할 만한 동시대인의 고단한 감수성을 매우 탄력적인 언어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점이 주목됐다. 다른 작품들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두고 볼 때 당선작으로 선정해도 되겠다는 심사위원들의 합의를 얻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한국 시조단에 또 하나의 큰 별이 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이달균·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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