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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카타르 월드컵의 메시지 ‘겸인유비’ -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2-12-18 20: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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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카타르 월드컵이 19일 0시 열린 결승전과 함께 막을 내린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2018년부터 4년간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과 코치진의 지도를 받으면서 준비했다. 그 결과 세계 강호들과 맞서 밀리지 않으면서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02년 4강, 2010년의 16강에 이어 12년 만에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하지만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마다 기대치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8강과 4강, 그리고 그 이상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그들의 아쉬워하는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 본다.

    드라마를 보며 감동과 재미, 그리고 교훈을 얻듯이 축구 경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면서 두 팀의 일진일퇴 공방과 승부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에는 감동하고, 흐름이 엇갈리는 순간에 흥미가 고조되고, 승패의 원인을 찾으면서 교훈을 얻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가 드라마와 다른 점은 각본이 없다는 점. 축구에서 골은 둥글다고 말한다. 예측이 어려운 축구의 흥미성도 높아진다. 그렇기에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저녁 늦은 시간과 새벽에 열렸지만 많은 시청자를 붙들었다. 필자도 우리나라 대표팀 경기와 더불어 흥미를 끄는 팀의 경기 중계를 여러 차례 시청했다. 그러면서 카타르 월드컵이란 드라마가 남긴 메시지를 겸인유비(겸손, 인내, 유비무환 등 세 단어)로 정리하고 반추해 본다.

    먼저 인내(忍耐). 우리 선수들이 사용한 ‘중꺽마’라는 표현에서 찾았다. 이 표현은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펼친 대형 태극기의 하단에 손글씨로 씌어있다. 두 경기를 마친 우리 대표팀은 H조에서 1무 1패로 가장 낮은 순위로 세 번째 상대인 포르투갈 대표팀과 맞서 2대 1로 승리했다. 그렇지만 조 2위는 우리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약 10분 후 가나 대표팀이 우루과이 대표팀에게 0대 2로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와 우루과이의 승점과 득실차가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4득점으로 2득점의 우루과이에 앞섰다. 대형 태극기 중간의 ‘NEVER GIVE UP(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글귀가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불굴의 인내를 웅변한다.

    다음에 겸손(謙遜). 우리 대표팀이 브라질 대표팀과의 경기 중 전반에 4실점하는 과정에서 브라질의 감독과 선수단이 보여준 춤 세리머니에서 찾았다. 중계를 보면서 우리의 실점을 안타까워하느라 두 손을 들고 비교적 오랫동안 춤을 추는 선수들의 의도를 지나쳤다. 하지만 영국 BBC와 데일리메일 등을 통해 전해진 유명 선수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지녔다. 브라질 팀의 춤 세리모니가 첫 골에서 그치지 않고 네 골 모두에서 비교적 긴 시간 이루어졌고, 심지어 감독까지 춤에 합류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존경심과 배려가 없는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 브라질 팀은 FIFA가 산정하는 순위에서 1위 팀이다. 영광의 자리다. 하지만 1위에게 오만한 태도와 예의를 잊은 세리모니가 무제한 허용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팬들은 브라질 팀에 대해 1위에 상응하는 품위 있고 겸손한 행동을 보고 싶지 않을까. 거만한 모습을 자랑하듯 보여준 브라질 대표팀의 다음 행보는 익히 아는 바다. 8강에서 만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게 연장전까지 비긴 다음,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것. 누가 이기든 상관이 없는 경기를 보면서 “브라질 대표팀 스스로 우리 대표팀에 승리하면서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기에 결국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냉정한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유비무환(有備無患). 순위에서 높은 강팀과 낮은 약팀의 경기에서 강팀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패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찾았다. 4강에 오른 모로코가 스페인에 이어 포르투갈을 승부차기에서 각각 물리쳐 더 많이 준비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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