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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쉽게 쓰여지는 글이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소재가 문장으로 나오기까지 묵히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했다. 짧게는 며칠에서 일 년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어떤 소재는 메모지에 누워 아직도 기약 없이 잠들어 있다. 글의 집을 지으려면 또다른 에너지를 끌어다 써야 한다. 한 편의 글마다 생각을 쌓아 올려야 하는 고전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덜컥, 거대한 벽에 부딪히곤 한다. 앞이 막막하여 혼자 울기도 여러 번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쓰는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어쩌다가 쓰게 되었나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근사한 답은 없었다. 그냥 쓰고 싶은 이유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직하게 쓰기 위해 쓰려 한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이나 위안을 주는 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깊숙이 묻어둔다.
그동안 세상을 향한 시선은 언제나 내 입장이었다. 글을 쓰려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물과 사물 안에서, 공간에서 장소에서 미세하게 들려오는 기척을 알아채야 했다. 그 울림을 거두어 곰삭히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생을 돌아보았고 타인의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부모가 자식을 기르듯이 글쓰기도 사람을 키운다.
글 앞에서 넘어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손잡아 일으켜 주신 김정화 선생님에게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언제나 초고를 제일 먼저 들어주는 둘째 안선영, 퇴고를 손녀에게 읽어주는 큰딸 안선미와 사위 이중훈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격려를 아끼지 않는 친구들과 주위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과 경남신문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수필 부문 당선자 김희숙 씨 (△1969년생 △전남 영광군 출생, 부산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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