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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다시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많은 때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예년보다 신춘문예 시부문 투고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백명의 시인 지망생이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해 와 뜨거운 문학적 열기를 느끼게 했다.
올해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응모작에는 신춘문예에 응모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시적 역량을 보여준다는 것이 오히려 과도한 수사에 매몰되어 시적인 깊이와 사유의 넓이를 놓치고 있는 작품들이 눈이 많이 띄었다. 한 사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이나 정서를 짜임새 있게 압축하여 끌고 가는 긴장감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이성모
배한봉숙고 끝에 심사위원들은 김난(김향숙), 김휼, 나영채, 노수옥, 이경주, 이동우, 임승환, 최수안 제씨의 작품들을 본심에 올려 논의하였다.
몇 분은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 등 사회에 대한 인식을 담아내어 보여주기도 했지만 시대 정신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지 못했다. 또 몇 분은 토속적인 정서에 기대어 서정의 영역을 파고 든 경우도 있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내지 못하고 익숙한 어법에 머물러 있었다. 또 시적 발화가 너무 무성하여 이미지를 응집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것이다, 하고 단숨에 손꼽을 작품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속에서 노수옥씨와 이경주씨의 작품을 만난 것은 기쁜 일이었다. 노수옥 씨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작품은 ‘입관’이다. 언어를 세공하는 솜씨가 우수했다. 주제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문장을 끌고 가는 힘도 좋았다.
이경주씨의 ‘엽록체에 대한 기억’은 현대인들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적인 틀을 만들어나가는 능력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퇴색되고 변해가는 자아와 만나는 방의 풍경은 흡인력이 있다. “눈을 뜨면 다시 그 자리에 와 있고, 녹색이 사라진 방으로 계속 나비들이 날아 들어온다”는 환상성을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해서 울림이 크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노수옥씨의 ‘입관’과 이경주씨의 ‘엽록체에 대한 기억’을 놓고 숙고하고 논의했다. 논의한 끝에 응모작 전편이 편차 없이 고르다고 판단된 이경주씨를 당선자로 합의했다.
축하하며, 한국시단을 이끄는 큰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안타깝게 당선을 놓친 노수옥씨에게 심심한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심사위원 이성모·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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