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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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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예술인 권리 보장과 문화민주주의- 장순향(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2-15 20: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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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9월에 제정됐다.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는 헌법 규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명확하게 하였고, 예술인 권리보장을 규정한 법률로 1년 뒤부터 시행된다.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 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술인 보호관’을 지정했다.

    이 법은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예술인의 노동과 복지 등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며, 예술인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보장하고 성 평등한 예술 환경을 조성해 예술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의 쾌거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예술인의 권리침해 방지와 구제를 위한 법령의 제정 요구를 예술계가 끊임없이 요구한 결과이다.

    혹자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초원복국’ 사건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감옥에 가둔 것은 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필자 역시 촛불집회 당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143일 동안 노숙농성을 했던 예술인 블랙리스트 피해 당사자로서 그 암울한 시간들을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다.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전직 대통령 특별 사면 건의라는 말을 들고 나왔을 때, 예술인들의 저항은 결국 이낙연 대통령 후보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19세기 유럽의 광부들은 탄광 안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데려갔다고 한다. 이는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가 메탄가스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 가스에 유독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에 광부들은 작업을 하다가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의 이상 징후를 보이면 즉각 갱도에서 대피하는 등 위험 징후를 감지하는 역할로 사용했다.

    흔히들 예술을 카나리아 새에 비유하며 시대의 징후를 미리 예측하는 예리함으로 사회적 역할론을 말한다.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즐거움이나 자신만의 드러남에 집중한다면 그 예술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예술 표현의 자유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예술 활동의 조건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보호돼야 한다. 예술인은 노동과 복지에 있어 다른 종류의 직업과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아야 하고, 예술은 공공재로서 사회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는 〈예술인 복지법〉에도 일부 기록돼 있는 내용이다.

    시민들을 문화 수혜 대상자로만 인식했던 문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창작 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의 문화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용어의 변화만큼 의식과 실천의 변화가 미처 그 속도와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가 처음 창원에 와서 들었던 얘기 가운데 충격이었던 사례가 “문화민주주의, 그런 어려운 말 말라”였는데 반대급부로 55개 마을 단위로 ‘썰방’이라는 주민협의체를 통해 문화 의제를 발굴하고 직접 참여를 실현하는 문화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되고 있는 현장을 발견한 것은 큰 기쁨이다. 외에도 창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 서포터즈 ‘창문지기’ 유휴 도시공간 문화플랫폼 등은 대표적인 문화민주주의 실천 사례이고, 창문지기 출신 청년 기획자들과 민관협치 사업으로 진해문화센터와 공동 기획한 〈2021 다시 봄, ‘진해를 깨우다’ 사인사색〉 전시는 큰 성과였다.

    지금도 예술 현장에서는 보편적 문화복지가 아닌 선별 문화복지로 많은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장순향(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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