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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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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토지 작업,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작업”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감독 인터뷰

  • 기사입력 : 2021-11-17 10: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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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상을 올라가보고 싶어 하잖아요? 연극 ‘토지’라는 높은 산을 등반하면서 ‘코로나’라는 고통스런 적군을 만났지만, 즐겁고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김해 공연을 앞두고 지난 15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서 만난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감독은 연극 ‘토지’의 2년간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감독이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사무실에서 토지 팸플릿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감독이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사무실에서 토지 팸플릿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연극 ‘토지’는 박경리 소설 〈토지〉를 연극화한 작품. 집필 기간만 26년, 인물만 600여명에 달하는 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방대한 서사를 어떻게 구현할 지 주목 받았다. 지난해 ‘토지Ⅰ’이 경남을 비롯한 서울·부산서 성황리 마무리된 데 이어, 지난달 ‘토지Ⅱ’가 진주서 막을 내렸다. ‘토지Ⅰ’은 최참판댁 손녀 최서희가 부모와 할머니를 잃은 후 최참판댁 재산을 가로챈 조준구에 쫓겨 하동 평사리를 떠나는 장면을 그렸다. ‘토지Ⅱ’는 서희가 최참판가의 재산을 되찾고 고향으로 돌아와 광복을 맞는 이야기를 담았다.

    “3년 전 토지를 읽고 나서, 왜 연극으로 만들지 않을까 의문을 가진 적 있어요. 지난해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된 후, 경남에 걸맞은 이야기를 찾던 중 토지가 떠오르더라고요. 궁극적 목표는 연극이 갖고 있는 동시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해보자는 거였어요. 인물 서사·볼거리·생각할 거리·재정 상태를 모두 고민하면서 세부적인 수정 과정을 거쳤죠.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경남도립극단은 지난해 코로나로 창단 공연이 두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장장 3시간 넘는 무대를 소화해내야 하는 만큼,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했다. 긴 서사를 극화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원작이 갖는 흡인력이 세대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감독은 배우들의 노력과 마음가짐을 호평 비결로 꼽았다.

    연극 ‘토지Ⅱ’ 공연 장면./경남도립극단/
    연극 ‘토지Ⅱ’ 공연 장면./경남도립극단/
    연극 ‘토지Ⅱ’ 공연 장면./경남도립극단/
    연극 ‘토지Ⅱ’ 공연 장면./경남도립극단/

    “주인공 서희와 길상 역은 도내 배우들을 선발했어요. 참여 인원이 스태프를 포함해 60명 넘는 데도 ‘어떻게 하면 감동스런 무대를 전달할까’라는 공통 목표가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연출은 배우를 통해 작품을 말하고, 배우들은 최전방서 관객들을 만나요. 작년엔 배우들과 하동 최참판댁을 답사할 정도로 소통을 강화했었어요. 올해는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지만요. 다행히 ‘토지Ⅰ’ 배우들 80% 이상이 ‘토지Ⅱ’에 참여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인터뷰 내내 연극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땅을 찾으려는 서희, 독립운동에 자신을 던진 길상, 복수의 방법론으로 앞잡이가 된 두수…. 욕망을 쫓는 인간 군상을 통해 관객들이 교훈을 얻어 갔으면 했다고. 연극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연자 환국의 친구들이 처음으로 연극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5시간 동안 토지 이야기만 했다고 해요. 연극이 영화보다 재밌는지 몰랐다고요. 사실 연극은 영화보다 불편하잖아요. 하지만 연극이 갖고 있는 현장성, 배우들의 호흡과 눈빛, 에너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극 중간에 ‘당신에겐 사랑과 연민이 있소’라는 대사가 나와요. 토지는 한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연극을 보고 보편의 정서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저로서는 행복한 일이죠.”

    연극 ‘토지Ⅱ’ 공연 장면./경남도립극단/
    연극 ‘토지Ⅱ’ 공연 장면./경남도립극단/

    30여 년 연극 인생을 이끈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그는 살면서 돈보다 가장 중요한 게 ‘지루하지 않는 삶’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가난한 장르지만, 하면 할수록 만만하지 않기에 더욱 도전하게 된다고. 무한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내달 초 감독과 배우, 관객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연극의 원초적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경남에도 많아지길 바라요. 토지가 우리 지역의 이야기니만큼,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적어도 전국 16개 시도엔 공연돼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연극이에요. 해외서 공연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꿈꿔 봅니다.”

    글·사진=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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