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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0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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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69) 자초멸절(自招滅絶)

- 스스로 멸망하여 없어지는 것을 초래한다.

  • 기사입력 : 2021-03-02 0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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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국립대학교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남명학연구소(南冥學硏究所)가 있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이 되는데, 그동안 ‘남명학연구’라는 학술지를 70회 간행했고, 남명집(南冥集) 등 총서, 번역서 100여종, 근 100회에 가까운 국내외 학술대회, 한국고전번역원 권역별 고전번역사업 등 각종 연구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대학 소속의 다른 어떤 연구소에서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900평 규모의 연구소 건물, 10억여원의 연구기금 조성, 남명학 고문헌자료의 전산화 등을 갖췄다. 300여 명의 회원으로 된 남명학연구후원회가 있어, 후원을 받고 있다.

    남명학연구소는 대학자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남명의 제자의 연구, 남명학파에 속하는 모든 학자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고, 나아가 한국의 한문학, 유교학, 한국의 학문과 사상을 폭넓게 연구한다.

    우수한 연구소로 인정을 받아 많은 교수들이 부러워하는 연구소의 위상을 유지해 왔다. 몇몇 대학에서 연구소를 창립할 때 벤치마킹해 가는 모델이 됐을 정도였다.

    남명학연구소가 있게 된 것은 이정한(李正漢) 총장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1987년 3월 취임하자 바로 필자를 불러 “허교수님이 앞장서서 남명학연구소를 반드시 만드시오. 내가 최대한 지원할 테니”라고 발의했다.

    그때 교내에 이미 40여개의 연구소가 있어 신설은 절대 안 되고, 있는 연구소도 통폐합하려는 상황이었으므로, 교수회의 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오랜 진통 끝에 ‘학교 예산을 받지 않는 조건’하에서 겨우 인가를 받았다.

    그 이후 학교의 예산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운영해 왔다. 거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참여한 교수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소는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 교내에 남명학에 관심이 있는 교수가 거의 없다. 둘째 김영란법 등으로 인하여 연구자에게 노고에 상응하는 보답을 못 하고 있다. 셋째 몇몇 집안의 사람들이 사소한 연구소에서 내는 연구서, 번역서 등을 문제 삼고, 발표자의 약간의 말 실수나 단어선택 등을 문제 삼아 연구자나 발표자를 괴롭히고 모욕을 주고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SNS 등에 글을 올려 남명학연구소를 비방하고, 연구자나 발표자를 비웃고 모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남명학연구소에는 지금 연구자 발표자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게 됐다. 학문적인 권위가 있거나 전국적인 명성이 있는 학자들은 연구소에 아예 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의 개인적인 감정 풀이가 남명학연구소를 망치고 있다. 남명학 연구소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남명선생과 남명학을 망치고, 나아가 경상우도의 학문연구를 다 망친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감정 풀이하는 자기 자신이나 집안에 돌아간다. 좀 기분이 상하더라도 만나서 대화를 해서 푸는 것이 좋을 것이다.

    *自 : 스스로 자. * 招 : 부를 초.

    * 滅 : 없어질 멸. * 絶 : 끊어질 절.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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