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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봄꽃에서 새로운 사회질서를 본다- 김광기(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20-05-10 20: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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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기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제철 과일이 있고 꽃도 피는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딸기는 봄에, 수박과 참외는 여름에, 사과와 배는 가을에 나는 과일이라고 믿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개나리, 진달래, 목련, 라일락들이 있고 이들은 나름대로 순서를 가지고 피었다. 우리는 이런 꽃들이 피는 순서를 지켜보면서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였고 그에 준하여 우리가 누리는 질서도 만들어 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에서 이런 자연의 질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라일락이 동시에 피거나 우리가 아는 순서와 달리 뒤바뀌기도 한다. 올 봄에도 그랬다. 사실 봄꽃의 피는 순서가 과거의 질서를 따르지 않은 지는 한참이 되었다. 현재의 꽃피는 순서를 보고 질서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질서는 틀렸다는 의미다. 과연 지금의 꽃피는 시간적 질서는 틀린 것인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 믿음, 가치, 행동양식, 문화, 사회제도와 같은 사회질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지리적 자연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우리의 문화와 사회질서가 만들어진 것이지 우리가 만든 사회가 자연환경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의 노력으로 기후변화의 정도와 유형을 바꿀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화원이 아닌 자연에서 꽃이 피는 순서는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꽃들이 시간의 순서로 피지 않는 현상은 질서가 없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자연 질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봄꽃이 순서대로 피던 시절이 동시에 피는 시절로 변화한 것이다. 새로운 질서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직도 과거의 질서에 익숙한 나머지 새로운 질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질서가 없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이다.

    변한 자연 질서를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할 때가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자연 질서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생각과 믿음, 행동양식, 추구하는 문화나 바라는 제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서로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치 질서에 대한 생각과 표현에서 이런 차이가 잘 드러났다. 함께 조화를 이룰 방법은 무엇일까? 시간의 순서대로 질서 정연하게 이루어진 조화(수직적 질서)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시간적 순서 없이 다양한 모습을 동시에 보는 조화(수평적 질서)를 찾는 것이 좋은 것인지? 코로라19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사회, 비대면의 뉴노멀이 지배할 것이라는 사회에 맞는 질서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봄꽃들은 말한다. 다양한 꽃들이 시간적 순서를 무시하고 동시에 피는 것이 이미 뉴노멀이 되어 있다고. 봄꽃들이 순서대로 필 때는 수직적 질서가 옳았다. 하지만 순서가 없는 새로운 자연 질서로 바뀌었다. 언제 어떤 꽃이 정해진 순서대로 피는지를 따지면서 질서를 찾기보다 동시에 핀 다양한 꽃들 속에서 조화를 찾아내는 것이 옳은 꽃 감상법이 되었다.

    동시에 피는 여러 가지 꽃들을 바라보는 것이 낯설지만 바라보는 내 눈을 바꾸고 보면 조화로움을 볼 수 있다. 동시에 핀 꽃들이 많다 보니 어디다 눈길을 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새 마음으로 다시 보았다.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서 진달래와 목련과 철쭉을 바라보니 이들 사이에는 다르지만 묘한 조화의 질서가 보였다. 뉴노멀의 사회질서란 수평적 질서라는 것이 보였다. 봄꽃 세상에는 이미 수직적 질서보다 수평적 질서가 뉴노멀이 되어 있듯이 우리 일상생활도 그렇게 변화되어 있다. “쓰~윽” 와서 나만 모를 뿐이다.

    김광기(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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