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6일 (일)
전체메뉴

[메이드인 경남] (4) ‘창원 생탁주’ 빚는 맑은내일 3공장

7일 정성으로 빚어 술~ 술~ 술~ 넘어가는 창원의 맛

  • 기사입력 : 2024-05-21 21:25:31
  •   
  • 원통 세척기에 쌀 520㎏ 담아 총 4번 세척
    세척된 쌀은 분쇄기서 미세한 입자로 분해
    당화조로 이동해 찌고 뜸 들이고 냉각

    익힌 원료는 담금 거쳐 발효탱크로 이동
    5~6일간 숙성시켜 알코올·당도 만들어
    원주 익는 동안 비율 테스트도 진행

    숙성 원주는 찌꺼기 걸러 탁주로 분류
    제성탱크서 아스파탐·물 섞어 2~3일 보관
    상품 포장 후 24시간 냉장 숙성 거쳐 출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구수하고 시큼한 내음이 코를 찌른다. 쌀이 술로 익어가는 냄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에 위치한 ‘맑은내일 제3공장’, 창원의 지역명을 딴 유일한 막걸리 ‘창원 생탁주’가 빚어지는 공간이다.

    맑은내일 3공장은 맑은내일의 복합문화공간 ‘이음재’ 뒤쪽에 위치해 있다. 노출 콘크리트에 통유리창으로 지어진 건물은 외관만으로 그 정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4층의 ‘맑은내일 양조장’ 간판과 통유리창 안으로 비쳐지는 거대한 은빛 발효탱크와 양조 설비 시설들이 막걸리 양조장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맑은내일 제3공장에서 창원생탁주 공병에 막걸리가 투입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맑은내일 제3공장에서 창원생탁주 공병에 막걸리가 투입되고 있다.

    창원 생탁주의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사화 정미소에 뿌리를 둔 맑은내일은 지난 2003년 귀산동에서 창원 최초의 농민주 주류회사 예주가 이름으로 창원 생탁주를 만들었다. 이후 창녕공장 등에서 꾸준히 창원 생탁주를 생산해오다 지난 2022년 박중협 대표가 생탁주의 태동지인 귀산에 양조장을 만든 것이다.

    대량으로 생탁주를 생산하는 이 공간의 자동화된 설비들은 여타 생산공장과 엇비슷해 보이지만, 쌀 세척부터 발효까지 약 7일 걸리는 양조 과정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가 닿았다. 컴퓨터의 지능과 사람의 정성이 함께 빚어내는 지역 술 창원 생탁주 생산과정을 들여다봤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맑은내일 제3공장’에서 창원 생탁주 공병들이 막걸리 투입을 위해 레일을 따라 이동 중인 모습.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맑은내일 제3공장’에서 창원 생탁주 공병들이 막걸리 투입을 위해 레일을 따라 이동 중인 모습.



    17년간 지역 쌀로 빚어 온 창원 대표 막걸리 ‘창원 생탁주’ 생산 과정

    ◇시작은 쌀 준비부터= 오전 8시, 공장의 일과는 쌀 씻기로 시작됐다. 양조장 3층에 위치한 원통 기기에 쌀 520㎏과 물이 담기면, 자동 에어세척과 직원이 직접 기구로 쌀을 휘젓는 세척 과정이 교차로 진행된다. 이후 물을 빼고 또다시 물을 받아서 재차 쌀을 씻는 과정만 4차례다. 총 소요 시간만 2시간가량 걸렸다. 에어 세척이 진행될 때는 원통 위로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서 쌀을 퐁퐁퐁 튕겨냈고, 직원이 쌀을 저을 때는 쌀들이 거대한 물결처럼 이동했다. 직원이 건장한 체구의 남성임에도 거대한 쌀더미를 움직이는 데 꽤 힘이 들어가는 듯 보였는데, 그는 “원재료인 쌀을 깨끗하게 씻어야 좋은 막걸리가 나오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서 씻는다”고 말했다.

    깨끗히 세척된 쌀은 분쇄기로 이동된다. 거대한 굉음을 내며 미세한 입자로 분해된 쌀은 당화조로 이동되는데, 3시간가량 가열과 냉각을 반복한다. 92℃의 높은 고온으로 쌀을 찌고, 30분간 뜸을 들인 뒤 1시간가량 냉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쌀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전환되며 단맛을 내게 된다.

    창원생탁주에 쓰일 쌀을 씻고 있다.
    창원생탁주에 쓰일 쌀을 씻고 있다.

    ◇발효탱크에서 술을 익힌다= 잘 익힌 원료는 2단계의 담금을 통해 거대한 발효탱크로 이동된다. 발효탱크에서 25℃의 온도로 5~6일 숙성하면서 알코올과 당도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날 발효조 탱크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짙은 막걸리 색상의 원주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누룩으로 보이는 거품이 둥둥 떠 다니고 있었다. 발효조 탱크는 오전과 오후 두 번 40분간 일정 속도로 천천히 회전시킨다고 했다. 이는 맑은내일만의 특별한 양조 비법이라고 했다.

    원주가 익는 동안 원주의 정확한 비율을 맞추기 위한 테스트 과정도 진행된다. 시간에 따라 원주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비율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생탁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장에는 7개의 발효탱크가 있었는데, 생탁주와 발효막걸리, 스파클링 등 술 종류에 따라 분류한다고 했다.

    발효탱크
    발효탱크

    ◇창원 생탁주 특유 맛을 내다= 발효조 탱크에서 5~6일간 숙성한 원주는 여과기를 통해 찌꺼기를 거르고 깨끗한 탁주로 분류된다. 분류된 탁주는 제성탱크로 이동된 후 아스파탐과 물과 혼합해 2~3일간 보관된다.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시기에 상품으로 출하되는 것이다.

    3공장 개소 초창기 멤버인 김상범 과장은 “실험실에서도 비율을 확인하지만 직원들도 원주 맛을 체크하는 일을 매일 한다”며 “시기에 따라 목넘김이 얼마나 부드럽고 산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데, 실험실 비율을 통과해도 직원들 시음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공병에 막걸리가 투입되고 있다.
    공병에 막걸리가 투입되고 있다.

    ◇하루 6000병 생산, 보관까지= 제성탱크에서 생산라인까지 옮겨진 탁주는 공병에 천천히 주입된다. 거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입 속도는 조심스럽고 느리다. 이어진 라인에서 병 뚜껑이 닫히고, 라벨이 붙고, 유통기한이 찍히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창원 생탁주는 하루 최대 2만 병을 생산할 수 있지만 유통기한 등으로 인해 하루 6000병가량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생산이 끝나고 종이상자에 담긴 창원 생탁주는 본관(이음재) 지하 1층 냉장창고로 옮겨져 24시간 숙성한다. 창원 생탁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가 영상 10도이기 때문에 생산부터 유통까지 영상 10도 이하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창원생탁주를 냉장창고로 옮기고 있다.
    창원생탁주를 냉장창고로 옮기고 있다.

    박중협 대표는 “젊은 세대들이 창원 생탁주를 잘 모르고 있어 매출이 다른 증류주 등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지만, 지역에서 술을 만들면서 지역 브랜드를 가진 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만들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창원 생탁주를 즐길 수 있도록 연구나 홍보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조고운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QR코드를 스캔하면 창원 생탁주 생산 과정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창원 생탁주 생산 과정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