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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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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의 나무와 연못

  • 기사입력 : 2011-06-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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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대표적 서예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고택이 있다. 이 집은 추사의 증조부이며 영조의 부마인 월성위(月城尉) 김한신(金漢藎)이 용궁리 일대의 토지를 별양전으로 하사받아 지은 살림집이다.

    그리고 고택에서 오른쪽으로 난 차도 위에 위치한 추사의 고조부인 영의정 김홍경의 묘 앞에는 줄기와 잎이 왜소한 백송 한 그루가 있다. 이 백송은 추사가 25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가지고 와 고조부 묘 입구에 심은 것이다. 원래는 밑에서부터 세 가지로 뻗은 백송이었으나, 제일 큰 가지가 말라죽어 버려 지금은 두 가지만 남아 있다. 수령을 대략 200년으로 추정하는데, 높이가 약 10m이고, 천연기념물 제106호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백송은 중국 북부 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몇 그루 되지 않는 희귀한 수종이다.

    필자가 몇 년 전 답사할 당시의 계절은 함박눈이 내리던 겨울이었는데 추사 선생의 고택을 온통 뒤덮은 흰 눈과 백송의 조화가 말로 형용할 길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추사가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운치가 있는 백송을 볼 수가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니 새삼 추사 선생의 서정적인 그 마음이 와 닿는 것 같다.

    필자가 위에 언급한 추사 선생의 음택과 양택은 풍수 학인이라면 한번쯤 답사를 하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소나무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필자가 얼마 전 모 지역에 전원 주택지를 감결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의뢰인이 수령 10년 이상 된 소나무 몇 그루를 담장 안의 집 주변에 심으려고 준비를 해놓고 어느 곳에 심으면 풍수적으로 좋은지를 물어 보기에 집 가까이에 나무를 심거나 집을 가릴 만큼 너무 큰 나무를 심으면 흉하다고 했다.

    왜냐면 첫째, 소나무는 높이가 10m인 경우 뿌리가 뻗는 범위는 직경 10m가 되기 때문에 정원의 토심(土深), 즉 흙심이 두터워야 하는데 만약 흙심이 낮으면 지기(地氣)가 쇠약해져 거주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10m 이상 거리를 두고 심어야 하며 이 논리는 음택인 묘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그리고 우물이나 연못을 팔 때는 당(堂)의 전후와 방(房) 앞, 청(廳) 안에는 절대로 파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곳에 판 후 후회를 하고 다시 메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곳에 파게 되면 찬 기운이 스며들어 허모(虛耗:심신이 허약해짐·거가필용)해진다. 뿐만 아니라 우물 또는 연못이 부엌과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남녀 모두가 문란해진다고 하니 참고할 일이다.

    일반적으로 정식택일을 하지 않고 우물이나 연못을 파는 경우 청명일(淸明日)에 파는 것을 길하게 여긴다. 그런데 명심할 것은 우물과 연못 등을 메울 때에는 반드시 입자가 고운 흙을 먼저 넣어서 수맥이 끊어진 부분을 단단히 막아 찬 기운이 올라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집 안팎에 물확(수조)을 두는 것을 필자는 적극 권장하는 편인데 물확은 주변 먼지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가습기 역할도 하기 때문에 거주자의 건강을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전원주택지는 과거에 그 자리가 논이나 밭으로 쓴 자리면 특히 습하거나 물이 고인 부분은 없는지 잘 살펴야 하며 탑이나 무덤, 절이나 사당, 네거리의 입구나 산등성이가 곧바로 다가오는 곳, 흐르는 물과 맞닿은 곳, 백천(百川)이 모여서 나가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주 재 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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