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4일 (토)
전체메뉴

[생활속의 풍수지리] 부동산과 풍수 (6)

  • 기사입력 : 2011-04-29 01:00:00
  •   


  •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는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산 5-28에 위치하고 있으며 1989년 12월 29일 충청남도 기념물 제80호로 지정됐다.

    세도정치하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차령산맥 중에서도 명당이 많다는 가야산 덕산 땅 중에서도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온다는 자리에 부친의 묘를 이장한 후, 발복(發福)을 받아 아들을 왕좌에 앉히고 권력을 한손에 쥐며 개혁을 주도하게 됐다. 그러나 열강들의 통상압력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조선과 함께 대원군은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때 통상과 그 협상을 주도할 목적으로 1868년 4월 21일 밤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대원군의 부친인 남연군묘를 도굴하려 했으나 묘의 견고함 때문에 결국은 실패하고 돌아가는 일대 사건이 터지고 이로 인해 대원군의 극렬한 분노를 사 쇄국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천주교도를 박해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남연군묘가 도굴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외광중에 바위보다 더 단단한 강회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옛 사람의 지혜로움을 능히 짐작게 한다.

    남연군묘는 소백산을 조산(祖山·조상산)으로 해 속리산을 거쳐 차령, 청양의 백월, 홍성의 대월산으로 이어져 가야산이 만들어지고, 그 줄기는 북쪽으로 뻗다가 몸을 돌려 가야산을 다시 돌아보는 가운데 한 맥이 서쪽으로부터 내려와 당판을 형성하고 있는데 청룡(靑龍·상석에서 봉분을 바라볼 때 봉분의 오른쪽 산)은 목성의 산의 형상으로 목성과 금성의 산들로 형성된 백호(白虎·상석에서 봉분을 바라볼 때 왼쪽 산)와 어우러져 관쇄(關鎖)가 멋지게 돼 있으니 수구(水口)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겠다.

    그러나 남자를 대변하는 청룡은 한편으로는 힘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밋밋하게 내려가다가 힘없이 주저앉으니 고종과 순종황제의 품성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여자를 상징하는 백호는 그 모습이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험상궂음이 청룡의 기운을 누르고 압도하는 형세로 부인들의 기세나 주장이 드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튼 남연군묘는 좋은 자리이기는 하나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이 고종과 순종의 평탄하지 않았던 삶을 보는 듯했다. 풍수사의 실력을 평가할 때 범안(凡眼), 법안(法眼), 도안(道眼), 신안(神眼·산매나 귀신의 힘을 빌려 명당을 척척 잡아내는 수준의 실력)으로 구분하는데 소위 신안으로 불렸던 지관을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남연군묘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1998년 세상을 떠난 당대를 풍미했던 소위 ‘6가지에 통달한 사람’이라 하면서 스스로를 ‘육관도사’라 칭했던 손석우씨의 묘가 있다. 도립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묘는 한때 이장을 해야 한다는 말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본래 그 자리에 있다.

    필자도 신문기사에서 손씨의 터는 다른 지관이 잡아 준 것이며 ‘꿩이 매를 피해 숲속에 엎드린 채 알을 품은 형상의 복치혈(伏雉穴)’로 좋은 자리라고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손씨의 묘는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으로 인한 반들반들한 산길과 또 다른 하나는 묘 주위에 석물(石物·무덤 앞에 돌로 만들어 놓은 물건)을 발견할 수 없는, 꾸밈이 전혀 없는 소탈한 묘였으며, 앞쪽에는 오른쪽에서 흘러온 물이 일단 저수지(선저수 또는 진응수)에 고였다가 다시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우선수(右旋水)로 돼 있다.

    묘 앞의 저수지는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진 못해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살지는 않을 것이며 건강할 것이다. 그러나 주산에서 내려오는 용맥(龍脈)이 좌우로 요동하거나 상하로 기복을 하는 현상을 뚜렷이 볼 수 없으며 주산과 청룡자락에 괴상하고 기이하게 생긴 암석이 험상한 모습을 하고 있고 당판 또한 기가 뭉쳐서 혈을 보호해 주는 형상이 아님을 볼 때 “과연 이 무덤이 당대를 풍미한 지관의 무덤이란 말인가” 하는 자문을 해 본다.

    주재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