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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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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수목장이 뜬다

  • 기사입력 : 2010-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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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 21일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에 있는 부모 합장묘를 개장(改葬)해 인근 홍성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이를 이 대표 부모의 합장묘 근처에서 친환경 장법인 수목장으로 모셨다고 한다. 연유야 어떻든 친환경자연장법을 실천하여 환경오염 방지와 산림 보존을 위해 큰 결단을 한 것을 우리는 높게 평가해야 한다.

    임학계의 큰 별이었던 김장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학 연습림에서 평소 좋아하던 수종인 참나무에 묻혔으며, 법정스님의 분골은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의 후박나무 아래에 산골을 했는데 이러한 수목장 실천의 예들은 자연보호림이 망자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깨달을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분묘 수는 2000만 기 정도인데, 한 기당 15평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전 국토의 1%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가용지 면적이 국토의 4.7%인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실로 놀라운 면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 면적이 전국 주택 면적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하니 우리 조상님들은 우리 주거면적의 50%에 해당하는 땅을 점유하고 계신 것이다.

    현대 수목장의 기원은 죽어서도 친구 곁에 머물고 싶었던 어느 영국인의 우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윌리 자우터는 1993년 봄, 영국인 친구 마이클의 부음을 접하여 화장을 하고 남은 분골을 어디에 뿌려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나무 밑에 뿌리는 방법을 떠올려 실행을 했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그 주변에 분골을 뿌리면 나무뿌리가 이를 양분처럼 빨아들이고 결국 소중한 친구는 나무가 되어 영원히 곁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자우터는 취리히대학 법의학연구소로부터 주검을 태우고 남은 재에는 나무가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으며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2008년 5월 문을 연 국내 첫 국유 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은 55ha 야산에 조성됐으며 수종으로는 소나무·굴참나무·잣나무·신갈나무·산벚나무 등 2009그루를 골라 추모목으로 정했다.

    수목장은 국유림뿐만 아니라 사유림에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강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담부서를 만들어서라도 국민들에게 홍보와 행사 및 강연 등을 적극적으로 하여 장례문화를 변화시켜야 하며 필요하다면 혜택을 최대한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필자가 그래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한때 중국산 화강암으로 된 납골당을 설치하여 산천을 황폐화시켰던 꼴불견이 뒤늦게나마 사라졌다는 것이다.

    자!, 서구처럼 수목장이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우리 국민이 어떤 국민인가! 조만간 국민 정서에 맞게끔 정착이 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최근 필자에게 가장 의뢰를 많이 하는 장법(葬法)은 조상님들의 묘를 화장해서 분골을 일반 납골용기에 넣어 봉분에 모시고 후손들은 그 아래에 평장을 하는 것으로 이 또한 친환경적인 장법으로 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반 납골 용기보다는 옥수수나 밀 등 쉽게 썩는 재질로 만든 유골함을 사용할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위선(爲先)! 즉 나와 후손의 발복(發福)을 바라기 전에, 조상을 공경하고 지극한 효심으로 모시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명당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문의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명당을 구해달라고 필자에게 부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명당은 있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7대 명당 혹은 8대 명당만이 명당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적선(積善)과 음덕(陰德)은 베풀지 못하더라도 위선(爲先·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은 하기를 바란다. 최소한 그렇게 했을 때 자신에게 맞는 땅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주재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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