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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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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별미/ 하동 참게가리장국

참한 게 구수하네~

  • 기사입력 : 2008-09-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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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섬진강재첩횟집 주인 양해영씨가 2년에 걸쳐 개발한 참게가리장국.




    50일 동안 숙성시킨 참게장.


    찹쌀·들깨·콩 등 8가지 곡물 빻아 넣어 영양도 만점 쇠고기 먹인 참게로 만든 ‘참게장’은 반찬으로 나와

    새파란 하늘 아래 들녘은 황금빛을 품었고 길가에는 분홍빛이 깔렸다. 만물이 가을빛으로 물드는 계절, 9월이다.

    가을 소식을 강바람이 전해줬을까. 섬진강의 참게도 속살을 채우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참게의 계절이 온 것이다.

    꽃게에 비해 크기도 작고 살도 없다며, 참게를 천대(?)하던 이들은 ‘가을 참게’를 맛보지 못했기 때문일 터. 꽃게와는 다른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참게’가 가을바람을 맞으면 그 속이 얼마나 푸짐해(?)지는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특히 제철 참게는 게장이 아닌, 산 채로 끓이는 탕으로 먹어야 제맛이라는데, 그 맛을 사냥(?) 하기 위해 하동 섬진강으로 향했다.

    섬진강다리를 건너 화개·구례 방면으로 향하는 국도에는 참게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거의 모든 식당들이 참게를 메뉴에 올리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참게장, 참게탕, 참게매운탕 등 식당 입구마다 걸어놓은 메뉴도 다양하다. 그중 강변 사람들의 추억이 담겼다는 이색요리 ‘참게가리장국’을 맛보기 위해 ‘섬진강재첩횟집’에 들렀다.

    참게가리장국, 생소한 이름이다. 주문을 받으러 온 주인에게 어떤 음식이냐 물으니 “참게에 8가지 곡물을 넣고 끓인 탕”이라 설명한다. 생소한 표정의 기자에게 주인 양해영(51)씨는 일단 먹어 보고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만큼 맛에 자신이 있다는 소린가. 가격은 작은 것이 3만원, 큰것이 4만원이라 했다. 작은 것을 주문했다.

    잠시 후, 참게가리장국을 뚝배기에 담아 내어왔다. 희멀건 탕은 국보다는 죽에 가깝다. 방아향이 알싸하게 풍겨 온다. 대체 무슨 맛일까. 잠시 의뭉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탕 가운데 살이 통통 오른 참게들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돈다. 그리고 1시간 가량, 참게가리장국과의 즐거운 씨름에 흠뻑 빠지고 만다. 살집이 오른 참게가 품고 있는 노른 알과 두툼한 살이 제대로다. 참게의 장점은 껍질이 부드러워 그냥 씹어 먹을 수 있다는 것. 알과 살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다리를 붙잡고 오독오독 부지런히 입을 놀린다. 참게로 우려낸 육수의 푸른 맛과, 들깻가루, 찹쌀가루, 콩가루 등 8가지 곡물이 어우러진 고소함, 그리고 참게의 감칠맛이 더해져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땡초가 내는 얼큰함에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곡물가루로 낸 국물이 텁텁하지 않은 이유는 게맛 때문일 터. 그렇게 자리에 앉아 혼자 서너 마리를 해치웠다. 손끝이 얼얼할 지경이다.

    탕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찬으로 나온 참게장도 놓칠 수가 없다. 쇠고기 먹인 참게를 이용해 이틀에 한 번꼴로 간장을 갈아서 50일간 숙성시킨 간장게장은 담백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배어난다. 참게 등딱지에 밥을 비벼 한 숟가락, 밥 위에 신선한 알을 올려 한 숟가락 먹다보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 한 공기가 비워졌다. 어떡하나. 배는 빵빵하게 부른데 입은 아쉽다.

    이 밖에 맛깔스러운 반찬이 10여 가지 나오지만 손이 가질 않는다. 참게만 먹기에도 손과 입이 바쁘다.

    그렇게 배를 두드리며 숟가락을 놓을 때쯤, 주인장이 매실차를 들고 왔다.

    전직 호텔 조리사 출신인 그는 ‘참게가리장국’을 만들기 위해 2년을 투자했다고 한다. 고향에 내려와 식당을 차린 후, 차별화된 음식을 걸어야겠다는 고민을 하던 중, 어린 시절 집에서 참게에 밀가루를 넣고 푹 쪄서 먹던 기억이 맞물려 ‘참게가리장국’을 만들게 됐다는 것.

    “시행착오도 많았죠. 참게가 바닷게에 비해 비린 맛이 강하거든요. 그 맛을 없애는 게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키토산 때문에 참게도 갈아서 넣었는데, 손님들이 탕에 참게가 안들어갔다며 항의를 해서 갈지 않고 그냥 내게 됐고요. 그리고 이 음식 이름이 본래 ‘참게가루장국’인데, 사람들이 가루를 가리라 부르다 보니 가리장국이 공식 이름이 됐어요.” 노력의 결과, 하동군 녹차축제 요리경진대회 2, 3회 대상을 받았다. 이색 메뉴에 당연히 손님도 들끓기 시작했다.

    긴 시간, 정성을 투자해서일까.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유달리 말을 아낀다. 암참게로 끓인 육수에 8가지 곡물을 빻아 만든 가루장과 게, 버섯, 땡초 등을 넣고 끓이면 된다는 게 대략적인 설명이다. 그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오면 옛생각이 난다고 좋아한다”며 “또 젊은 사람들도 옛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건강에도 좋으니까 많이 찾는다”며 웃는다.

    ‘참게가리장국’은 인근 식당에서도 맛볼 수 있다. 각기 다른 가루장국 맛을 내므로,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 먹으면 된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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